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둘러싼 미국 내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최대 규모 연금을 다루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민주당 출신 주지사가 공화당의 '안티 ESG' 행보를 비판하자 포브스가 이 비판을 반박하는 논평을 실었다. 대형 연금 운용사들은 ESG 투자 기조를 재차 강조했다.
14일(현지시간) 개빈 뉴섬 미국 캘리포니아주 주지사(사진)는 경제매체 포춘에 기고한 논평에서 "일부 공화당원이 ESG를 표적으로 삼으면서 민간 산업을 공격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무시하는 건 투자에서 명백한 재정적 위험 요소"라고 비판했다. 텍사스, 플로리다, 웨스트버지니아 등 미국 일부 주에서 ESG 투자를 제한하거나 불법화하는 조치를 도입한 점을 비판한 것이다. 그는 "ESG에 투자하는 가장 큰 상장지수펀드(ETF)는 최근 3년 새 자산 규모가 80배 증가했다"고도 강조했다.
이 논평이 나오자 또 다른 경제매체인 포브스에서 반박이 나왔다. 포브스는 15일 웨인 와인가든 태평양연구소(PRI) 의료경제·혁신센터소장의 기고문을 통해 "뉴섬 주지사가 잘못된 정보를 투자자들에게 퍼뜨리고 있다"며 "ESG 투자가 유행하는 것과 장기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다른 얘기"라고 지적했다. ESG 펀드와 다른 펀드 간의 수익성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뉴섬 주지사가 ESG 펀드의 자금 규모가 커진 것을 수익성 개선으로 혼동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대형 연금 운용사들도 ESG 투자 논쟁에 가세했다. 미국 최대 공적연금으로 4432억달러규모 자금을 운용 중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의 마시 프로스트 최고경영자(CEO)는 16일 "ESG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사실과 다르게 분석된 채 퍼졌다"며 "캘퍼스의 ESG 투자는 약 190억달러 규모의 주식에 투자 기회를 창출했다"고 주장했다. 약 4000억달러 규모 자산을 운용하는 캐나다연금계획투자위원회(CPPIB)의 존 그레이엄 CEO도 같은 날 "ESG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이라면 투자를 철회하겠다"며 ESG 투자를 옹호했다.
연금 운용사들의 옹호에도 불구하고 ESG 투자에 대한 반발은 계속될 전망이다. 안티 ESG의 선봉에 서 있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주 주지사(사진)가 지난 8일 중간선거에서 압승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할 만한 차기 공화당 대선 후보로 떠올라서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지난 7월 "주정부 연금의 투자 결정에서 ESG를 고려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내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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