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치동 미도아파트(한보미도맨션 1·2차)를 지상 최고 50층으로 재건축하는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됐다. 서울시의 ‘아파트 높이 35층 제한’ 폐지 방침이 처음으로 적용되는 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서울시는 부동산 경기 침체기를 활용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적극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금리 오름세가 꺾이고 집값이 상승기로 접어들 때 핵심 지역의 주택 공급을 늘려 과거와 같은 시장 과열을 막겠다는 구상이다.
계획안에 따르면 단지 중심부에 타워형의 50층 건물 두 동을 배치하고 다양한 높이와 디자인의 건물을 세워 조화로운 스카이라인을 만들 예정이다. 연내 확정·고시되는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에서 주거지역 아파트 높이의 35층 제한이 사라지는 것을 선반영한 것이다. 단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공공 보행로를 조성하고 양재천을 건너 개포동까지 연결되는 보행교를 건설할 계획이다. 지하철 3호선 학여울역에 단지 방향 출입구를 신설하고, 남부순환로 주변 인도를 따라 상가를 배치해 역세권 활성화를 유도한다. 단지 내 울창한 수목은 최대한 보전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주민공람과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내년 상반기 계획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은마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이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한 후에도 시장 분위기에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대치동 ‘우선미(개포 우성·선경·미도)’ 중 최대 규모인 미도아파트 재건축 계획안을 발표했다. 조남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은 “주요 재건축 단지의 신통기획안이 속속 발표됨에 따라 주변 단지도 사업에 탄력을 받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인허가를 서두르는 것은 향후 집값 상승기에 물량을 집중적으로 풀어 집값 급등을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정부와 서울시는 최근 몇 년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안전진단 요건 강화 등으로 주택정비사업을 억제해 공급이 급감한 반면 코로나19 사태 후 저금리 지속과 유동성 과잉으로 집값이 급등한 전례를 밟지 않겠다는 것이다. 2016년 3만6184가구에 달했던 서울 주택 분양은 지난해 5937가구로 급감했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뉴타운·재개발 지구와 강남 여의도 목동 등 주요 단지의 재건축 사업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은마아파트가 정비구역지정안을 마련해 통과시키는 데 20년이 걸린 데 반해 미도아파트는 불과 1년여 만에 확정했다. 다만 서울시와 자치구가 주민 간 이해관계를 적극적으로 중재할지 여부가 사업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지방자치단체가 마음만 먹으면 재건축은 5~6년이면 진행할 수 있다”면서도 “정비계획안이 통과된 뒤에도 서울시와 자치구가 건축·사업계획안 등을 반려한 뒤 나 몰라라 하면 자연스레 주민 간 다툼과 소송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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