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지난 5월 11일 이후 지금까지 61회 실시한 도어스테핑은 대통령이 참모 뒤에 숨지 않고 직접 국민과 소통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광경으로, 국정 최고 결정권자와 국민의 거리를 좁혀 권위적인 대통령실 문화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까지 긍정보다 부정적인 면이 더 도드라졌다.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 관한 총책임자인 만큼 질문도 정제된 것이어야 했다. 하지만 MBC 보도와 관련, 윤 대통령을 향해 “뭐가 악의적이란 거냐”고 따지듯 묻는 것에서 드러난 것처럼 국정과 별 관계없는 질문들, ‘청담동 술자리’ 등 정치 가십성 질문도 적지 않아 도어스테핑 필요성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다. 방송기자의 슬리퍼 논쟁은 도어스테핑 자체를 희화화하고 말았다. 윤 대통령도 주 52시간 근로제 개편과 관련한 부처와의 엇박자 등 정제되지 않거나 감정 섞인 답변으로 논란을 빚었다. 도어스테핑을 국정 아젠다를 세팅하고 여론의 관심을 환기하는 수단으로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과거 1년에 두세 차례 하는 기자회견처럼 각본대로 질문과 답변을 하는 시절로 돌아가선 진정한 소통이라고 할 수 없다. 대통령실도 ‘더 나은 소통’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 등을 거론해 도어스테핑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다만 재개한다면 개선점은 찾아야 한다. 굳이 매일 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미국 백악관처럼 대통령이 현안 설명이 필요할 때 수시로 기자들과 만나 깊이 있는 질문과 답변을 하는 것을 고려해봄 직하다. 질문과 답변을 위한 충분한 준비와 절제된 언어 구사로 소통 취지를 살려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길어야 4, 5분 정도인 도어스테핑이 서로 할 말만 하고 끝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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