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몰라요…'이자율 0% CB'에 투자자 줄서는 이유

입력 2022-11-21 18:11   수정 2022-11-22 01:15

전환사채(CB)는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을 말한다. 선진국에선 테슬라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모 발행하는데 한국은 딴판이다. 대형주 비중은 1%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적자 한계기업이 발행한다. 그중 99%가 특정인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 발행이다.

적자 한계기업 CB에 투자해서 큰돈을 번다는 것 자체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딴 세상이다. 강남 부자나 선수들이 투자조합을 만들어 줄을 선다. 고금리 상황에서도 이자율 0% 수준의 CB 발행이 수두룩하다.

기업 가치가 아니라 주가 변동성에 따라 수익성이 좌우되는 CB 본질과 연관돼 있다. 사모 CB는 투자한 지 1년이 지나면 정해진 전환가에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있다. 1년 동안 주가가 오르면 좋고 떨어져도 나쁘지 않다. 주가가 떨어지면 전환가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전환 시기의 주가다. 그때쯤이면 어김없이 새로운 인수합병(M&A)과 같은 이벤트가 발생한다. 주가가 별 볼 일 없으면 발행 1년 후부터 풋옵션(매도선택권)을 행사해 원금을 돌려받으면 된다. 상장폐지되는 게 가장 큰 위험이지만 요즘엔 한국거래소가 퇴출을 거의 시키지 않는다. 상폐되더라도 담보 설정 등으로 손실을 비켜 갈 수 있다.

한계기업 CB 발행의 핵심은 콜옵션(매수선택권)에 있다. 애초 대주주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변질됐다. CB 발행 1년 후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높아 수익이 확실할 때 콜옵션은 그 자체가 ‘돈’이다. 무자본 M&A는 황금알을 낳는 CB 콜옵션을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있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상장 기업들의 CB 발행액은 2018년 1조7751억원에서 지난해 9조5598억원으로 3년 새 438% 폭증했다. 올해도 4조509억원어치(18일 기준)가 발행됐다.

CB ‘대박’은 일반투자자 ‘쪽박’과 직결된다. ‘큰손’들이 시장에서 매물 폭탄을 쏟아내면서 차익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빗썸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강종현 회장의 동생이 대주주인 버킷스튜디오의 주가는 지난해 9월 2000원대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 테마를 타고 두 달여 만에 8420원까지 뛰었다가 현재 1430원까지 떨어졌다. 2020년 발행한 CB가 주당 1715원에 주식으로 전환돼 매물 폭탄이 쏟아지면서다.

서형교/이동훈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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