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 부의장 출신인 앨런 블라인더 프린스턴대 교수가 21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Fed 의장을 포함한 현 Fed 구성원들은 비둘기파(통화완화 선호) 인사들"이라고 규정했다. 이 때문에 미국이 심한 경기침체에 빠질 정도로 Fed가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라인더 교수는 이날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포럼에서 "역사적 기준으로 보면 현재 Fed 인사들은 모두 비둘기파적인 성향을 띠고 있다"며 "적지 않은 Fed 인사들이 벌써 기준금리 가속에 대한 위험성을 거론하고 있는 게 그 근거"라고 말했다. 이어 "파월 의장이 기준금리를 올리다 갑자기 번개같은 속도로 금리를 내리지는 못하겠지만 Fed의 60년 역사를 살펴볼 때 현재 Fed 구성원들은 꽤나 비둘기파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블라인더 교수는 1971년부터 프린스턴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빌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자문회의 멤버를 거쳐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 밑에서 Fed 부의장(1994년 6월~1996년 1월)을 지냈다. 2013년엔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과 함께 벤 버냉키 Fed 의장의 유력한 후임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살려 지난달 '미국의 통화 및 재정 정책'(A Monetary and Fiscal History of the United States)이란 책을 출간했다.
블라인더 교수는 Fed의 긴축정책이 계속돼도 미국이 심한 경기침체를 겪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내년에 미국이 침체에 빠질 것 같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나는 그럴 때마다 약한(mild) 침체라고 답한다"고 설명했다.
블라인더 교수는 미국인들의 경제력을 그 근거로 들었다. 그는 "여전히 평범한 미국인들도 은행 계좌에 엄청난 여유자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심한 경기침체로까지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라인더 교수는 미국의 높은 부채 수준에 대해서도 낙관론을 펼쳤다. 그는 "미국의 국채 등을 세계 자본 시장이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에 10~20년 전에 비해 미국의 높은 부채비율에 대해서도 많이 걱정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이 계속해 올라가고 있지만 200%가 넘는 일본 사례가 있다"며 "이 정도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만 현재 미국의 부채비율인 125%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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