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에 이어 메르세데스-벤츠도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 인하에 나섰다. 중국 소비자들의 자국 기업 전기차 선호도가 높아 현지 판매량이 크게 떨어지면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중국에서 전기차인 EQ시리즈 가격을 최대 24만위안(약 4400만원) 인하한다고 밝혔다.
신형 모델인 벤츠 EQE의 3개 트림 가격은 평균 946만원 가량 낮아져 기존 1억110만원에서 9045만원으로 내려갔다.
최상위 버전인 EQS의 트림 중 엔트리 모델은 약 3850만원 인하됐고, 최상위 트림은 약 2억2368만원에서 1억7969만원으로 4399만원 저렴해졌다. 고성능 모델인 EQS AMG 53은 2억9270만원에서 2억8119만원으로 조정됐다.
이는 그동안 벤츠가 중국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무할인 정책을 펴오던 행보와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하랄드 빌헬름 벤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테슬라가 중국에서 가격을 최대 9% 가까이 내리자 "우리는 럭셔리 세그먼트를 지향한다"며 가격 인하 행렬에 동참할 뜻이 없음을 밝힌 바 있다.
불과 한 달여 만에 기존 입장을 바꿔 전기차 가격을 낮추기로 한 것은 극심한 판매 부진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여객자동차협회 자료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달 중국에서 EQE 678대, EQB 133대, EQA 94대 등 총 905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중국 전기차 시장 현지 1위 업체인 비야디(BYD)가 지난달에만 22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한 것과 크게 차이가 난다. 판매량에 위협을 느껴 최근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최대 9% 인하한 테슬라도 이 기간 8만대가량 팔았다.
벤츠는 올 1~7월까지 EQA, EQB, EQC 모델을 포함 중국에서 총 8800대의 전기차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최상위 모델인 EQS 중국 판매가 월 100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일부 딜러들이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콧대 높던 브랜드들이 중국 시장에서 잇따라 전기차 가격 할인에 나서며 '버티기'에 들어가는 이유는 전기차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관영 관찰자망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전기차 판매 규모는 500만대를 돌파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해 중국 내 전기차 판매가 전년(2020년) 대비 150% 커진 280만대 규모인 점을 고려하면 78.5%나 늘어나는 셈으로, 외면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신차 판매량(472만대)의 절반 이상이 중국 내수시장에서 팔렸을 정도다.
중국 시장 내 친환경차(신에너지차·NEV) 판매량의 80%는 중국 브랜드다. 추이동수 중국승용차협회(PCA) 사무총장은 "(중국) 현지 자동차업체는 이제 근육을 키웠다"며 "친환경차 제조기술의 격차가 좁아진 상황에서 보다시피 공급망과 판매의 이점을 중국 기업이 쥐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테슬라 역시 올 3분기를 기점으로 현지 브랜드에 완전히 밀렸다. 지난달 중국 내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 테슬라 모델Y는 3위에서 4위로, 모델S는 4위에서 11위로 각각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지난달 테슬라의 중국 창고에 재고가 1만6002대나 쌓였다"고 보도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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