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0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를 위해 프랑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유럽 뿐 아니라 아프리카 주요 국가들의 지지를 동시에 끌어올 수 있어서다.
22일 대통령실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사진 왼쪽)은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튀니지 제르바 섬에서 개최된 제 18차 불어권 정상회의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두차례 면담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오는 27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되는 2030 엑스포 유치 3차 프레젠테이션(PT) 직후 한덕수 국무총리와 장 기획관과 함께 만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한국의 고위급 인사들과 잇따라 회담을 갖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통령실은 마크롱 대통령을 한국에 초청,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가 열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이른 시일 내에 방한해달라”고 마크롱 대통령의 방한을 초청했었다.
프랑스는 지난 7월 말 파리의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빈 살만 왕세자가 만찬을 한 후 “2030 엑스포 개최 도시 후보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를 지지한다”는 성명을 이미 발표했다. 유럽 주요 국가 중 특정 국가에 대한 지지를 공개한 첫 국가다.
이런 프랑스가 중립을 표방하거나 한국 지지로 돌아설 경우 유럽 주요국 뿐 아니라 프랑스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들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게 대통령실 판단이다.
장 기획관이 불어권 정상회의에서 마크롱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면담하고, 관련한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도 이런 직·간접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장 기획관이 이번에 참석한 불어권 정상회의 정회원국 54개국 중 아프리카 국가는 30개국에 달한다.
정부 일각에선 특히 최근 미국과 사우디 간 외교 관계 악화 등으로 마크롱이 한국 지지로 돌아설 가능성도 기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에선 지난 9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 땐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영국 인권 단체들의 반발때문에 당초 장례식에 참석하기로 한 결정을 번복하기도 했다.
깡봉 위원장도 이번 방한 당시 “부산은 북항이라는 훌륭한 부지를 갖췄고, 자유와 민주주의의 가치를 전 전 세계와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도시”라며 “2030 엑스포를 산에서 개최하는 것이 가장 적합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부산엑스포 지지 의사를 밝혔다. 그는 프랑스로 돌아가 프랑스 의회와 마크롱 대통령 등에게 2030 엑스포의 부산 개최 당위성과 장점을 설명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같은 우리 정부 측 노력이 엑스포 유치를 놓고 경쟁하는 사우디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건 사우디가 판세가 불리하다고 판단할 경우 원전, 방산, 인프라 등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과 경제협력을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며 “부산엑스포 유치가 사우디와 협력 관계에 부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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