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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좋아해 헬스 트레이너를 꿈꿨지만 월 200만원 월급으로 집안 생계를 책임지는 건 불가능했다. 창업만이 지독한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돌파구라는 생각에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지만 20대 창업자에게 현실은 냉정했다. 복잡한 계약서를 볼 줄 몰라 사기를 당하고 판매권도 빼앗기며 창업의 쓴맛을 톡톡히 봤다. '나이도 어린놈이 뭘 아느냐'며 무시 당하는 일은 다반사였다.
낙담하고 있던 중 우연히 본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광고를 보고 "이거야"하며 무릎을 탁 쳤다. 모든 LED 마스크 제조사 문을 두드린 끝에 한 곳으로부터 받은 회신이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판매가로 대기업 제품의 1/4 가격인 20만원을 책정한 게 시장 성장과 맞물려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기반을 다졌다. 창업 4년 만에 연 매출 500억원을 바라보는 앳홈 양정호 대표 얘기다.
양 대표는 돈이 없었기 때문에 무자본 창업 방법을 모색했다. 그러다 우연히 온라인에서 문어숙회 판매자를 찾는다는 글을 보고 무작정 포항을 찾았다. 현지에서 생산된 문어숙회를 전국에 판매하며 장사를 배웠다. 절박함으로 시작한 사업은 꽤 잘됐지만 고생하는 것에 비해 손에 쥐는 건 얼마 없었다.
어느 날 양 대표는 발광다이오드(LED) 마스크 TV광고를 보고 무릎을 탁 쳤다. 대기업이 진출했기 때문에 LED 마스크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직감했다. 즉시 국내 모든 LED 마스크 제조사에 연락을 했고 딱 한 군데에서 회신을 받았다. 문제는 또 돈이었다. 제품을 사입할 자금이 없었던 것. 그는 처음 본 LED 마스크 제조사 업체 대표에서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업체 대표는 결국 제품값을 정산 후에 치르겠다고 허락했다. 어렵게 사업판을 벌인 양 대표가 책정한 판매가는 20만원. 대기업 제품의 1/4 가격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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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제품이 하루에 100개 넘게 팔려나갔다. 쉴 시간이 없었지만 힘든 줄 몰랐다. 인건비를 아끼려 택배 포장, 마케팅, 소비자 응대를 혼자 도맡았다. 밥 먹을 시간조차 아까워 끼니는 시리얼로 때우기 일쑤였다.
LED 마스크 판매 경험을 쌓은 양 대표는 가전으로 사업 방향을 정하고 소형 가전 시장을 주목했다. 1인 가구가 1000만명에 달했지만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고 봤다. 시장 조사 후 2019년 요리가전 '키첸', 2020년 로봇청소기 '클리엔', 음식물처리기 '웰싱'을 출시해 연이어 성공시켰다.
앳홈은 지난 5월 '미닉스 프로'를 출시하며 상품성을 더 끌어올렸다. 시장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은 △건조 시간 단축(강력모드 추가) △옷감 손상율 제로화(울/섬세 모드 추가) △의류관리 기능 탑재(의류관리 기능 추가) △통 내부 시인성 강화(LED조명 추가) △다양한 색상 추가(클래식베이지, 네이처그린 추가)를 원했다. 미닉스 프로는 출시 이후 3개월동안 매달 전월대비 판매량이 40%씩 급증했다.
앳홈 매출은 창업 첫 해 62억원을 시작으로 2019년 140억원, 2020년 207억원을 거쳐 지난해 470억으로 껑충 뛰었다. 올해는 5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창업 첫 해와 비교하면 지난해 매출은 8배 가량 증가한 셈이다. 영업이익은 2018년 20억원을 기록한 뒤 2019년 23억원, 2020년 29억원, 지난해 37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흑자 폭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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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을 딛고 앳홈의 성장세를 발판 삼아 양 대표는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있다. 제품을 자체 개발해 시장에 내놓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브랜드사에서 개발사로 체질 변화를 꾀해 한 단계 더 도약한다는 구상이다.
양 대표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판매 방식에서 벗어나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해 자체 제품을 늘릴 계획"이라며 "애플처럼 설계와 디자인 등 핵심은 내부에서, 제조는 외부 업체에 맡기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앳홈은 최근 상품기획팀을 꾸렸다.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의류관리기, 유아가전(젖병소독기, 분유포트) 등을 개발 중이다. 경기 파주에 대규모 품질연구소도 설립했다. 내년에는 피부과 1/10 가격의 홈에스테틱 제품과 층간 소음 걱정없이 운동할 수 있는 스피닝바이크도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 개발 제품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도 고려 중이다.
앳홈은 상품기획, 디자인, 마케터, MD 등 다양한 직무의 신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취업공고문은 양 대표가 직접 썼다. 그는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전문화가 중요해졌다"며 "올 상반기에만 35명을 채용했고 연말에는 직원수가 지난해의 3배인 70여명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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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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