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에서 약 5억달러어치의 암호화폐를 훔친 해커가 이더리움을 내다 팔면서 이 같은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 해커는 15일 오후부터 세 차례에 걸쳐 이더리움 22만8523개 중 2만5000개를 비트코인으로 바꿨다. 나머지 20만 개도 여러 차례 ‘세탁’을 거쳐 매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암호화폐 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암호화폐 보유 내역 증빙을 거부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그레이스케일은 앞서 출금을 중단한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과 함께 디지털커런시그룹(DCG) 자회사로 운용자산이 20조원을 웃돈다.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이날 “유동성 조달을 위한 노력이 실패하면 파산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밝힌 데다 그레이스케일마저 준비금 증명을 거부하면서 불난 데 기름을 부었다. 논란이 일자 그레이스케일은 신탁상품의 암호화폐를 보관 중인 코인베이스의 증명 서한을 공개했다. DCG나 제네시스글로벌캐피털이 파산해도 그레이스케일에 맡긴 암호화폐는 안전하다는 얘기다. 그러자 이번에는 코인베이스가 위기를 맞았다. 기관투자가들이 코인베이스에서 암호화폐를 빼낼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코인베이스의 10년 만기 회사채 금리는 사상 최고점인 연 13.5%를 돌파했다.
우선 거래소 이용자 예치금의 분리보관 의무를 근거로 들었다. 현행 특정금융거래정보법상 거래소를 포함한 가상자산사업자는 투자자 예치금과 고유 현금을 분리하도록 규정했다. 또 빗썸은 국내에선 거래소가 스스로 만든 암호화폐를 매매·교환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어 FTX 사례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규제의 맹점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지금은 거래소에 맡긴 현금에만 분리보관 의무가 부여돼 있다. 암호화폐는 이 같은 의무가 없다. 금융당국의 직접 제재 권한이 없고 이를 검사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내 거래소들이 시재금이 없거나 지급을 거부해도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권한이 당국에 없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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