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나노미터(㎚: 1㎚=10억분의 1m) 공정에선 TSMC에 뒤처졌습니다. 하지만 3㎚는 다릅니다.”
심상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이 지난 15일 열린 기관투자가 대상 사업설명회에서 한 말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1~2년간 4~5㎚ 파운드리 공정의 고객 확보전에서 TSMC에 밀렸다. 퀄컴,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이 주력 칩 위탁생산을 잇달아 TSMC로 돌렸다. 하지만 최신 3㎚에선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심 부사장은 “3㎚ 공정은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의 자신감은 3㎚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정에 관심을 보이는 다수의 글로벌 고객사 영향으로 분석된다. 현재 엔비디아, 퀄컴, IBM, 바이두 등 다수의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업체)가 3㎚ 공정에서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인공지능(AI)·네트워크용 반도체 등 고성능컴퓨팅(HPC) 칩을 양산하는 방안을 삼성전자와 논의 중이다.
HPC 칩은 슈퍼컴퓨터, 서버, PC 등에 들어가 ‘두뇌’ 역할을 한다. 크기가 작고 성능이 뛰어나면서 전력효율이 높을수록 좋다. 파운드리업계 관계자는 “최근 AI, 5G 기술 발전이 진행되면서 HPC 칩 고객사들이 점점 ‘고사양’을 원하고 있다”며 “3㎚ 공정에서 칩을 양산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특히 대만의 지정학적 위험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엔 긍정적인 요인으로 평가된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지정학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고객사들이 ‘제2의 파운드리 업체’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반도체 후공정(OSAT)업체 고위 관계자는 “우리도 지정학적 위험 때문에 대만 투자 계획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경쟁자인 TSMC도 3㎚ 공정 고객 확보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지난 21일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에 3㎚ 공정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삼성전자에만 위탁생산을 맡기는 게 아닐 것”이라며 “TSMC보다 더 많은 모델과 물량을 따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