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3일 15: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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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지원행위 규제와 관련해서는 공정거래법으로 이를 규제하는 것이 타당한지 등 여러 논란이 있으나, 그 중 규모성 부당지원행위와 관련해서는 특히 그 성립요건과 관련해 몇 가지 논란이 있다.
우선, 법률에서는 부당지원행위를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라고만 규정하고 있는데, 시행령에서 ‘상당한 규모로 제공 또는 거래하는 행위’도 규정하고 있어 법률의 위임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대법원은 2007년 1월 25일 선고 2004두7610 판결에서 “거래규모는 거래수량에 관한 사항으로서 거래조건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고 현실적인 관점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유동성의 확보 자체가 긴요한 경우가 적지 않음에 비추어 현저한 규모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현저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가 될 수 있다”라고 판시함으로써 해당 논란을 종결지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위 판결에서 “현저한 규모의 거래라 하여 바로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준 것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하는 한편, “현저한 규모의 거래로 인하여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것인지 여부는 지원성 거래규모 및 급부와 반대급부의 차이, 지원행위로 인한 경제상 이익, 지원기간, 지원횟수, 지원시기, 지원행위 당시 지원객체가 처한 경제적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판시함으로써 규모성 거래만으로 지원행위가 성립하는지 아니면 규모성 거래 외에 상당히 유리한 조건도 충족하여야만 지원행위가 성립하는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하여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았는데, 상당한 규모의 거래라고 하더라도 이를 통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여야 하므로(위 ③ 참조), 거래조건의 유리 여부도 함께 따져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즉, 거래규모가 크더라도 거래조건이 정상적이라면 이를 지원행위로 보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한편, 대가성 부당지원행위의 경우 정상가격, 즉 ‘지원주체와 지원객체 간에 이루어진 경제적 급부와 동일한 경제적 급부가 시기, 종류, 규모, 기간, 신용상태 등이 유사한 상황에서 특수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들 간에 이루어졌을 경우에 형성되었을 거래가격’을 산정하여 해당 거래를 통해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하였는지를 따지게 되고, 정상가격 산정과 관련해서는 많은 선례가 누적되어 있고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에서도 구체적인 산정기준을 제시하고 있으므로, 거래당사자들로서는 자신들의 거래조건이 정상가격을 벗어난 것인지를 따져 거래를 함으로써 부당지원행위의 성립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규모성 부당지원행위의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가 정상적인 규모를 벗어난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고 법원도 이에 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으므로, 거래당사자들로서는 자신들의 거래규모의 정상성을 따져 거래를 함으로써 부당지원행위의 성립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 수범자의 입장에서 보면 예측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대법원은 2022년 9월 16일 2019도19067 판결을 통해 “지원객체의 사업개시 또는 사업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물량을 초과할 정도의 거래규모가 확보되어 지원객체의 사업위험이 제거되었다고 볼 수 있는 이상 현저한 규모의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해당 사건의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지원객체가 속한 시장에서 해당 지원행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음을 고려하여, 거래규모의 현저성 또는 상당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는데, 대법원은 해당 거래액이 지원객체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과 지원객체가 해당 거래를 통해 그 이전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그리고 당기순이익이 급증하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삼아 위와 같은 판단을 했다. 그러나 지원행위의 부당성은 지원객체의 관련시장에서 경쟁이 저해되거나 경제력 집중이 야기되는 등으로 공정한 거래가 저해될 우려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대법원이 해당 거래행위의 관련 시장에서의 비중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지원객체를 기준으로 규모의 현저성을 인정한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 있다.
많은 기업들이 경영상 필요로 새로운 회사를 설립해 해당 회사와 거래를 시작하는 경우가 있고, 그와 같은 경우 초기 단계에는 해당 거래가 신설회사의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인데, 대법원의 위 기준을 형식적으로만 본다면 해당 거래가 규모성 부당지원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위험이 더 커지게 되었음은 분명하다. 대법원이 위와 같은 판시를 하면서 해당 거래가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이루어진 점이나 지원객체가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었던 점도 들고 있기는 하나, 앞서 본 것처럼 이는 ‘지원’ 행위가 성립하는지를 판단할 때 고려할 요소이지 ‘규모’와는 무관한 사정이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행위의 경우에는 거래총액이 200억원 미만이고 거래상대방의 평균매출액의 100분의 12 미만인 경우 상당한 규모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안전지대 규정(공정거래법 제47조 제1항 제4호, 같은 법 시행령 제54조 제1항 관련 별표 3 참조)이 있으나, 규모성 부당지원행위의 경우 그러한 안전지대 규정이 없다. 기업들로서는 자신들의 거래가 규모성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예측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계열사간 거래를 하는 기업들로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규모성 지원행위 여부를 판단할 때는 해당 지원객체와의 거래에 고유한 특성에 의해 지원주체에게 비용절감, 품질개선 등 효율성 증대효과가 발생하였는지 여부 등 해당 행위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부당한 지원행위의 심사지침」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 금지행위의 경우 기업의 효율성 증대, 보안성, 긴급성 등 거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더라도 금지되지 아니하는 점(공정거래법 제47조 제1항, 제2항 등 참조)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해당 거래가 효율성 증대효과가 있는 거래인지 등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하고, 그러한 거래라고 하더라도 거래조건의 정상성에 대해서도 수시로 점검해봐야 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법원이 규모의 현저성을 인정하면서 ‘해당 거래가 정상가격보다 높은 가격으로 이루어진 점이나 지원객체가 거래상 실질적인 역할이 없었던 점’을 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변호사.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필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공식적인 입장과는 하등의 관련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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