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사칭한 러 코미디언의 전화…폴란드 대통령도 당했다

입력 2022-11-23 13:18   수정 2022-12-16 00:01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사칭한 러시아인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 DPA 통신에 따르면 이 러시아인은 지난 15일 두다 대통령을 속여 한 통화를 러시아 영상 사이트인 '루튜브'에 올렸고 폴란드 대통령실도 이날 통화 사실을 인정했다.

두다 대통령은 7분 30초간 이어진 통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 대화한 내용을 공개하고 나토 조약 4조 발동 가능성도 언급했다.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주요 인물을 사칭해 다른 지도자들을 속여 온 러시아 코미디언 보반(블라디미르 쿠즈네초프)과 넥서스(알렉세이 스톨랴로프)가 이번 일을 꾸민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하던 중 나토 회원국인 폴란드 동부 국경 마을에 미사일이 떨어져 농민 2명이 숨졌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제 미사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미국과 나토는 러시아 미사일을 요격하려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제 방공 미사일이 잘못 떨어졌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사건 직후 이뤄진 통화에서 두다 대통령은 이 러시아 코미디언에게 스톨텐베르그 총장과 나토 조약 4조 절차 시작에 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나토 조약 4조는 나토 회원국의 영토 보전,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가 위협받을 경우 언제든 상호 협의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이다.

프랑스 억양을 흉내 낸 이 러시아인이 "러시아와 나토간 갈등 고조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두다 대통령은 "에마뉘엘, 내가 러시아와의 전쟁을 원한다고 생각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그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바라지 않는다"라며 "각별히 조심하고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당시 전 세계는 사건이 러시아의 폴란드 공격으로 판정되면 집단방위 조약이 발동돼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 대결로 확대될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던 상황이었다.

폴란드 대통령실은 세계 정상들의 전화가 쏟아지는 가운데 이 통화가 이뤄졌다면서 두다 대통령이 수상하다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고 설명했다. 폴란드는 두다 대통령을 속인 코미디언들이 연락처를 어떻게 손에 넣었는지 조사 중이다.

이들은 3년 전 마크롱 대통령에게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인 척하면서 전화한 적이 있으며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 영국 가수 엘튼 존도 속인 바 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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