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과 증시 불안으로 채권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의 거래 규모와 시가총액도 올 초 대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쪽에선 단기 채권, 다른 한쪽에선 장기 국채 ETF에 매수가 몰리는 '바벨형' 투자 흐름이 눈에 띈다.
2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 ETF 59개 종목의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평균 시가총액은 151조6998억원이었다. 지난 1월 평균 시가총액(47개 종목, 97조2831억원)보다 50% 이상 불어났다.
종목별로 보면 손실 가능성이 낮은 초단기 채권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와 한국무위험지표금리(KOFR)를 추종하는 ETF의 시총이 크게 늘었다. 은행 '파킹통장'처럼 여윳돈을 잠시 보관하는 용도로 활용하는 투자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KIS채권평가가 산출하는 CD 91일 금리를 기초지수로 하는 'TIGER CD금리투자KIS'의 월평균 시총은 1월 2568억원에서 이달 1조7556억원으로 급증했다. KOFR 지수를 따라가는 'KODEX KOFR금리액티브'의 시총은 상품이 처음 출시된 4월 2000억원 안팎에서 이달 3조1361억원으로 급증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정기예금이 금리는 더 높지만 ETF는 만기 없이 아무 때나 쉽게 사고팔 수 있다"며 "초단기 채권 ETF에 투자하면 예수금으로 머무는 돈을 투자처를 찾기 전까지 운용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이와 반대로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장기물에 투자하는 자금도 많아졌다. 'KOSEF 국고채 10년 ETF'의 월평균 시총은 1월 2172억원에서 이달 4170억원으로 두 배가 됐다. 국고채 30년물 3개 종목을 기초지수로 삼는 'KBSTAR KIS국고채30년Enhanced'의 월평균 거래대금은 올 1월 1억9400만원에서 11월 38억8100만원으로 20배가량 늘었다.
강 연구원은 "단기자금을 운용하기 위한 ETF 외에 장기 국채 ETF에 대한 개인 매수가 늘어난 것은 과거와 비교되는 모습"이라며 "금리 상승에 따른 투자 매력 증가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분류되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해 말 67조5307억원에서 이달 21일 49조7516억원으로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양쪽에 바벨을 끼듯 단기 채권과 장기 채권에 투자하는 이분화된 형태가 눈에 띈다"고 전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