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올해 해외판매 비중이 역대 최대치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팬데믹(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기간 글로벌 신차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고환율 등으로 지역 배분 조정이 일어난 영향이다.
그러면서 현대차그룹 차량을 구매한 국내 소비자들의 출고 대기기간은 상당수 모델이 1년 이상씩 기다리는 상황이다. 제네시스 GV80 2.5T 가솔린 모델의 경우 차를 받기까지 무려 30개월가량 걸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차 전체 매출액에서 수출액 비중은 2020년 45.76%에서 지난해 51.5%로, 올해는 3분기(1~9월)까지 56.54%를 기록하며 급격히 늘어났다. 이중 승용차 수출액 비중은 2020년 27.17%에서 올 3분기 49.8%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반면 전체 매출액 중 국내 승용차 판매액 비중은 같은 기간 72.8%에서 50.1%로 크게 떨어졌다.
기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기아의 레저용 차량(RV)과 승용차 수출액 비중은 2020년 전체 매출액의 54.91%에서 올 3분기 기준 62.34%로 껑충 뛰었다.
특히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가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제네시스의 올해 1~10월 전 세계 판매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5% 증가한 17만3929대. 이 기간 수출은 24% 늘어난 데 비해 내수 판매는 3% 줄었다. 제네시스의 해외판매는 전체 판매량의 38%(6만5704대)에 달해 10대 가운데 약 4대꼴로 해외로 나간 셈. 2020년 18%에서 2년 만에 20%포인트나 늘었다.
소득 수준이 높아 고급차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제네시스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올해 1~10월 미국 시장에서 소매 기준 4만5233대 팔렸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회사 나름대로 글로벌 분배 기준에 따라 물량에 순차적으로 대응한다"며 "팬데믹 기간 해외에서 신차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데다 고환율로 인한 지역 배분 조정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판매 승용차의 평균 가격은 4784만원인데 비해 해외는 4944만원이다. RV의 경우 해외 평균 가격이 6547원으로 국내 평균 가격(4609만원)보다 훨씬 높다.
여기에 해외판매 차량의 경우 결제를 달러화로 받아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 구간에서 보면 더 이득이다. 원·달러 환율이 1% 오를 때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500억원, 기아는 3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인기 모델 대부분이 국내 공장에서만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출고 대기기간이 크게 늘어난 요인이다.
올 3분기 기준 현대차의 글로벌 백오더(주문 대기량)는 100만대, 기아는 120만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현재 출고 대기기간이 긴 차종들은 제네시스 전 모델과 현대차·기아의 SUV 및 하이브리드·전기차 등 친환경 모델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제네시스 GV80 2.5T 가솔린 모델의 출고 대기기간은 무려 30개월에 달한다. 나머지 제네시스 모델들도 최소 1년 이상을 기다려야 차를 인도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북미시장에서는 같은 모델 기준 소비자 인도까지 약 4개월 걸린다.
제네시스 전 차종은 현재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의 아이오닉5·6, 코나 EV와 기아의 니로 EV·EV6 등 전동화 차량도 한국에서 전량 생산해 수출한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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