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지하 핵시설서 60% 농축 우라늄 생산…"서방에 맞불"

입력 2022-11-23 15:53   수정 2022-12-23 00:01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 최근 자국 내 미신고 핵시설에 대한 조사를 서방 국가들이 촉구한 데 대한 반발이라는 해석이다.

22일(현지시간) 이란 반관영 매체 파르스 통신은 이란이 포르도 지하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인 ‘IR-6’을 이용해 농도 6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이란 원자력기구(AEOI)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확대를 선언하며 보도가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같은 내용의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60% 농축 우라늄을 포르도에서 생산하는 것, IR-6을 사용한 것은 2015년 이란이 서방과 체결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위반사항이다. 핵합의에 따르면 이란이 농도 60% 농축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은 나탄즈 한 곳으로 한정돼 있다. 60% 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등급 물질로 쓰이는 90% 농축 우라늄보다 농도가 낮지만 원전에 공급되는 우라늄 농도(5%)보다 확연히 높다. IR-6은 최신 원심분리기 모델로 핵합의상 연구 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핵합의를 폐기하자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다시 돌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란은 포르도에 IR-6을 14기 더 들여올 계획이다. 앞서 IAEA가 지난 17일 이란 내 미신고 장소 3곳에서 발견된 핵물질의 조사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자 맞불을 놨다는 분석이다. AEOI 측은 “정치적 압력과 결의안이 이란의 접근법을 바꾸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리 경고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국내외 현안로부터 자국민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시도로 봤다. 이란은 히잡 의문사로 인한 반정부 시위 유혈진압과 러시아에 자살폭탄 드론 제공 등으로 정부에 대한 자국민들의 반감이 큰 상황이다. 핵물질 문제로 서방과 갈등을 격화시켜 국민들의 주의를 분산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이다.

이날 영국과 프랑스, 독일은 공동성명을 내 “세계적인 비확산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며 “핵확산 위험을 수반하는 이란의 행동에는 정당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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