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여파로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의 대량 해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틱톡은 오히려 인력을 충원하기로 해 엇갈린 행보가 눈길을 끈다. 특히 틱톡의 모기업인 바이트댄스가 지난해 무려 71억5000만달러(약 10조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운데 내놓은 채용 계획이라 더욱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00명 뽑아요" 개발자에 러브콜 보내는 틱톡
23일 업계에 따르면 틱톡은 최근 해고된 트위터와 메타 직원들을 상대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현재까지 트위터를 떠난 직원은 약 3700명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전체 직원의 13%에 해당하는 1만1000명을 해고했다. 아마존 역시 1만명에 달하는 직원을 감축할 계획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얌증) 기간 반사수혜를 입은 정보기술(IT) 기업들은 그간 인력 채용을 크게 늘렸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19 상황이 되고 경기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경영 환경이 급변했다. '비대면 특수'가 막을 내리면서 실적이 악화하자 감원 카드를 꺼내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와중에 틱톡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다. 틱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마운틴뷰 본사 인력을 2배로 늘리기 위해 개발자 1000명을 신규 채용할 예정. 향후 3년간 개발자를 3000명으로 늘릴 방침이다. 저우서우즈 틱톡 최고경영자(CEO)는 "대규모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그간 적극적으로 준비해왔다"며 "(회사) 성장 단계에서 현재 채용 속도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틱톡은 '숏폼(짧은 동영상)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급성장한 플랫폼이다. 특히 젊은층에서 뜨거운 인기를 누리며 지난해 누적 다운로드 수 30억건을 돌파했다. 마케팅·컨설팅업체 케피오스에 따르면 틱톡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10억명에 달해 텔레그램과 트위터를 제쳤다. 업계는 틱톡의 기업가치를 3000억달러(약 400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데이터 유출로 안보 위협"…틱톡 퇴출론 견제?
틱톡은 최근 5년 사이에 세계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떠올랐지만, 실적은 먹구름이 낀 상태다.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비상장사로 재무상태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다. 다만 내부 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트댄스의 영업손실은 71억5000만달러(약 10조원)에 달했다. 2020년(21억4000만달러)과 비교해 3배 이상 급증했다. 성장에 집중하면서 비용도 함께 늘어났다. 기업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 및 인수합병(M&A) 등 공격적 투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틱톡은 온라인 광고 시장 침체 등을 반영해 올해 매출 목표치를 20% 하향 또는 최소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내려잡은 상태다. 이에 따라 올해 매출 목표는 100억달러(약 13조5000억원) 수준으로 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실적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용 부담을 안고 대규모 직원 채용에 나선 배경으로 경제 논리보다는 사실상 '정치적 목적'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개인정보보호를 비롯해 국가안보 문제 등을 놓고 틱톡 규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틱톡이 이용자 데이터를 중국 정부에 넘기는 등 데이터 유출 가능성이 있어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올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틱톡 퇴출요구에 이어 이달 초 미국 연방수사국(FBI)도 안보 위협을 제기하는 등 '틱톡 퇴출론'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틱톡이 대규모 채용을 통해 미국인 직원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관리·감독한다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목적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CNN은 "틱톡이 미국인 직원을 늘려 틱톡을 사용하는 미국인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것이란 의심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조아라 한경닷컴 기자 rrang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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