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23일 16:02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2013년 이후 9년 만에 처음으로 A급 신용도를 회복했다. 안정적인 시장 지위를 확보한 데다 해운업 호황으로 재무안정성이 개선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국기업평가는 HMM의 기업신용등급을 ‘A-(안정적)’으로 매겼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선복량을 대폭 늘리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게 한기평의 설명이다. HMM의 선복량은 81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으로, 세계 8위 수준이다.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도 가입했다.
우수한 재무안정성도 확보했다. 2020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14조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19년말 연결기준 556.7%에서 올해 9월말 36.9%로 줄었다. 15조8000억원 규모의 현금성자산도 보유했다. 업황 불확실성에 대응할 수 있는 재무완충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최근 들어 해운업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부담이다. 잇따른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위축이 겹친 탓이다. 글로벌 해상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8일 기준 1306.84로 집계됐다. SCFI는 올해 1월 5000대를 처음 돌파한 이후 22주 연속 하락세다.
김종훈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항만과 내륙 전반에 극심했던 물류망 병목이 완화되는 등 향후 운임 하락과 실적 저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재무완충력을 바탕으로 업황 저하 국면에서도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HMM의 신용등급이 A급으로 복귀한 건 2013년 이후 처음이다. HMM의 전신인 현대상선은 해운업황 침체 여파로 2013년 11월 신용등급이 ‘A-’에서 ‘BBB+’로 강등됐다. 이후 재무구조가 더욱 악하되면서 2016년 디폴트(채무불이행)인 D등급으로 추락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해운업황 개선으로 수익성이 높아지면서 신용도를 회복했다는 게 신용평가업계의 설명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HMM의 신용등급을 종전 'BB'에서 투자적격 등급인 'BBB-'로 상향했다. 'AAA~BBB-'등급은 투자적격 등급으로, BB등급 이하는 투기등급으로 분류된다.
한편 한기평이 HMM 신용도를 A급으로 매기면서 ‘신용등급 스플릿(rating split)’도 발생했다. 신용등급 스플릿은 특정 기업의 신용등급이나 등급 전망이 신평사마다 다를 때 쓰는 용어다. 현재 한신평과 나신평은 HMM의 신용등급을 ‘BBB’로 매긴 상태다. 하지만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고려하면 향후 신용도가 상향될 가능성이 높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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