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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란 말이 광고계를 주름잡던 시절이 있었다. TV에서 신제품을 광고할 때다. ‘사나이 대장부가 울긴 왜 울어’(농심신라면)’ ‘아버님 댁에 보일러 놓아 드려야겠어요’(경동보일러) ‘인생은 길기에’(삼성생명) ‘잘 나갑니다’(에쓰오일) ‘당신을 보내세요’(코레일) ‘자연의 시간표대로’(해찬들) 같은 카피가 그런 것들이다.
마케팅은 트렌드의 산물이다. 이제 스마트폰이 TV와 신문을 대체했다. 알고 보면 스마트폰은 엄청난 성능의 컴퓨터다. 이 속에서 거미줄처럼 진을 친 온라인 광고는 살 사람만을 골라내 조준한다. 광고 콘텐츠도 마찬가지다. 클릭하는 순간 쌓이는 소비자의 행동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장면과 메시지를 구성한다. 광고만이 아니다. 스마트폰 안에 점원, 상점, 은행까지 들어섰다. 구매 의사를 밝히면 결재와 추천까지 일사천리다. 요즘 누가 헛돈 써가며 사지도 않을 사람에게 알린단 말인가? 광고(廣告)가 아니라 적고(的告)의 시대다. 디지털 시대의 광고 카피는 어떻게 써야 할까? 마케팅의 해답은 늘 소비자의 삶 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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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은품과 결재 조건을 확인하면 끼워팔기 상품도 같이 날아온다. 분유를 사면 영양제와 유아복을 보여주고 숙소를 찾으면 주변의 먹거리, 볼거리, 놀거리가 줄기차게 따라붙는다. 물론 구입 후에도 멈추지 않는다. 당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근거로 집요하고 끈질기게 손끝을 점령한다.
인식(perception)이 아니라 실체(reality)로 싸워야 한다. 제품과 서비스가 주는 실질적 혜택이 대박의 뇌관이다. 강남 교보문고 맞은편 성형외과의 이름을 보자. 쁨의원이다. 그걸로 끝났다. 예뻐지면 기뻐진다는 뜻이다. 지하 주차장으로 자동차들이 줄 서서 들어간다. 대선 당시 한 후보의 등에 새겨진 문구를 기억해보라. “사진을 찍으실 분은 줄을 서세요!” 인산인해였다. 줄을 서면 사진을 찍어줬다. 얻어갈 이익을 곧바로 전한 결과다. ‘성범죄 처벌법 강화’ ‘주식 양도세 폐지’…. 한 줄로 만들어 전한 그들의 공약은 디지털 시대의 카피 교본이다. 짧고 분명하게 약속했다.
다른 쪽은 ‘제대로 앞으로’였다. 도대체 뭘 해주겠다는 말이었을까? 모든 것을 말하면 아무것도 말하지 못한 것이 된다. 칸투칸등산화나 몽제매트리스와 같이 최근의 히트 상품도 고객이 원하는 구체적 실리로 승부한다. 카피는 그걸 그대로 알렸다. ‘불꽃맷집’과 ‘허리UP’이라는 카피가 그것이다. 진검승부의 시대다. 알리의 풋 워크와 손목 스냅을 기억하는가? 그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고 했다. 당신의 카피도 똑같다. 변죽 울리지 말고 때 묻히지 말고 전해라. 상대가 얻을 대가를 경쾌하고 정확하게.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롯데자이언츠 마케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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