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년, 10년 뒤 LG의 미래를 설계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낼 인재를 발탁했다.”
‘2023년 정기 임원 인사’에 대한 LG그룹의 설명이다. 당장의 위기 극복만 염두에 둔 ‘안정형 인사’에 그치지 않고, 신사업을 끌고 갈 수 있는 혁신형 인재를 계열사 요처에 배치했다는 것이다. 신규 임원의 92%를 40~50대 초반으로 구성하고 미래 준비의 근간이 되는 연구개발(R&D) 및 고객가치 분야 인재를 중용한 게 특징이다.
조직은 젊어졌다. 신규 임원 92%가 1970년 이후 출생자다. 만 39세인 1983년생 우정훈 LG전자 수석전문위원은 상무로 발탁됐다. LG그룹 관계자는 “추가적인 성장 모멘텀을 만들 수 있는 차세대 리더를 적극 중용했다”고 설명했다.
정기인사와 별도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전문성을 갖춘 외부 인재도 지속적으로 찾을 계획이다. 올 들어 LG그룹은 아마존 출신 한은정 LG전자 상무와 김영훈 LG에너지솔루션 상무를 영입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 경쟁력을 강화했다. LG 관계자는 “올해에만 글로벌 경쟁력과 전문성을 갖춘 19명의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며 “기존 조직에 새로운 시각을 접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요 계열사 조직개편엔 ‘고객 가치 중심’ 등 구 회장이 중시하는 경영 철학이 깊이 반영됐다. LG전자는 이날 본사 직속 CX(고객경험)센터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CX센터는 고객경험을 중시하는 전략 및 로드맵 제시, 고객경험 혁신, 상품·서비스·사업모델 기획 등을 총괄하게 된다. CX센터장은 디자인경영센터장 출신인 이철배 부사장이 맡았다.
LG 제품에 대한 팬덤(fandom) 창출이 목표인 플랫폼사업센터의 역할은 강화됐다. 각 사업본부에 분산된 LG 씽큐의 기획, 개발, 운영을 통합해 담당한다. LG디스플레이는 중형CX그룹과 대형솔루션 CX그룹을 신설했다. ㈜LG는 고객서비스(CS) 전문가로 꼽히는 장태진 LG전자 상무를 CS 담당 임원으로 발탁했다.
LG그룹 관계자는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사업 경험이 풍부한 최고경영자(CEO)를 대부분 재신임하고 미래 준비를 더욱 가속화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2005년부터 LG생활건강 대표를 맡아온 차석용 부회장과 2015년 이후 LG CNS를 이끈 김영섭 사장은 ‘용퇴’ 결단을 내렸다. ㈜LG는 권봉석 부회장 체제가 유지됐다.
▶관련인사 A37면
황정수/배성수 기자 hj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