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스와 함께 대만 해협을 건넌 중국 본토의 후손들은 자신들을 중국의 망명자라기보다는 대만인으로 생각한다. 50년간 일제 강점기와 73년간 독립을 거치며 견고한 대만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대만은 미국의 매사추세츠주, 코네티컷주, 로드아일랜드주를 합친 크기다. 인구 밀도는 평방 마일당 약 1700명.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약 2400만 명의 인구 중 80%가 도시 인구다. 거의 대부분이 중국과 마주한 서쪽과 북쪽 해안 평원에 모여 산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는 전쟁이 나면 순식간에 황폐해진다. 식량과 연료 수입의 중단은 큰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적의 공격을 받지 않은 서부 도시나 유럽연합 국가로 국경을 넘어 도망칠 수 있었다. 대만인들은 동부의 정글과 산 외에 갈 곳이 없다.
대만의 전략가들은 최근 증강하는 중국의 군사력에 맞설 방법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의무 군 복무 기간을 늘리고 주 방위군 등 예비군 훈련 논의를 시작했다.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마이크 길데이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중국이 2027년 이전에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쟁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대만 국민들은 워싱턴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고 믿는 대만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중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대만에서의 전쟁은 인도주의적 재앙이 될 것이다. 중국의 대만 통일은 동맹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전략적 재앙이기도 하다.
미국은 1949년 이후 대만 해협의 평화를 지켜왔다. 지금 그 평화가 깨져서는 안 된다. 다행히 현실적인 국방 정책, 동맹국의 지원, 합리적인 외교 정책 등 덕분에 대만의 평화는 오랫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In Taiwan, a Shaky Status Quo Prevail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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