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만 평화 지켜내야

입력 2022-11-25 17:54   수정 2022-11-26 00:10

지난주 대만을 방문했다. 대만에 있는 국립 중산대 학생들의 걱정거리는 기껏해야 해변 근처에서 과자를 낚아채기 위해 숲에서 가끔 내려오는 마카크 원숭이들뿐이었다. 평화로웠다. 하지만 이 해변은 침략군이 상륙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 징병제 재도입에 대한 논쟁도 학생들의 마음을 어지럽히기 시작했다. 자유를 잃은 홍콩, 시진핑의 절대권력,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뒤섞여 복잡하다.

장제스와 함께 대만 해협을 건넌 중국 본토의 후손들은 자신들을 중국의 망명자라기보다는 대만인으로 생각한다. 50년간 일제 강점기와 73년간 독립을 거치며 견고한 대만의 정체성이 만들어졌다.
전쟁 나면 우크라보다 파괴적
대만인들은 공산주의 통치하의 억압보다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시스템을 훨씬 더 선호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독립 선언에 대해서는 지지하지 않는다. 본토와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 동시에 전쟁을 일으키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이해할 수 있다. 대만 전쟁은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더 파괴적일 것이다.

대만은 미국의 매사추세츠주, 코네티컷주, 로드아일랜드주를 합친 크기다. 인구 밀도는 평방 마일당 약 1700명. 세계적으로도 높은 편이다. 약 2400만 명의 인구 중 80%가 도시 인구다. 거의 대부분이 중국과 마주한 서쪽과 북쪽 해안 평원에 모여 산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도시는 전쟁이 나면 순식간에 황폐해진다. 식량과 연료 수입의 중단은 큰 고통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은 적의 공격을 받지 않은 서부 도시나 유럽연합 국가로 국경을 넘어 도망칠 수 있었다. 대만인들은 동부의 정글과 산 외에 갈 곳이 없다.

대만의 전략가들은 최근 증강하는 중국의 군사력에 맞설 방법을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의무 군 복무 기간을 늘리고 주 방위군 등 예비군 훈련 논의를 시작했다. 전쟁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마이크 길데이 미국 해군참모총장은 중국이 2027년 이전에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만·중국 통일, 美 안보도 위협
대만은 이런 위협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집권 민진당은 중국과 위기의 순간까지 치달을 생각이 없다. 중국이 공격적인 군사력 증강으로 대만의 독립 선언을 막으려 했다면 그 전략은 효과가 있었다. 아시아의 평화는 대만의 도발이 아니라 미국의 약점을 감지한 중국이 해협을 건너 공격을 감행함으로써 깨질 것이다.

전쟁에 대한 깊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대만 국민들은 워싱턴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다고 믿는 대만인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중국과 협상에 나서야 한다.

대만에서의 전쟁은 인도주의적 재앙이 될 것이다. 중국의 대만 통일은 동맹국과 미국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전략적 재앙이기도 하다.

미국은 1949년 이후 대만 해협의 평화를 지켜왔다. 지금 그 평화가 깨져서는 안 된다. 다행히 현실적인 국방 정책, 동맹국의 지원, 합리적인 외교 정책 등 덕분에 대만의 평화는 오랫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이 글은 영어로 작성된 WSJ 칼럼 ‘In Taiwan, a Shaky Status Quo Prevails’를 한국경제신문이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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