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믹스 상폐 사태…암호화폐 거품 정리하는 계기로

입력 2022-11-25 17:48   수정 2022-11-26 00:08

시가총액이 한때 3조5000억원에 달했던 위믹스 상장폐지 사태는 김치코인(한국산 암호화폐)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국내를 대표하는 토종 코인이 당초 공시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투자자 모르게 유통한 것으로 드러나 하루아침에 거래 정지를 맞고, 상장폐지 정보가 사전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이 여파로 수만 명의 투자자가 피해를 본 것은 물론 위믹스 발행사인 국내 중견 게임업체 위메이드와 계열사 주가도 동반 추락했다.

이번 사태는 코인 사업자의 부적절한 운영과 거래소의 졸속 상장·부실 관리가 빚은 참사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어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위믹스 상장폐지 결정을 “국내 거래소의 슈퍼 갑질”이라고 직격했으나 유통량을 허위 공시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앞서 위메이드는 2020년에도 공시 없이 위믹스 1억800만 개를 매각해 2271억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거래소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거래수수료를 늘리기 위해 검증되지 않은 김치코인과 잡코인을 무분별하게 상장시킨 탓에 투자자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부실 코인을 상장시켜 주는 대가로 뒷돈을 받는다는 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5월 테라·루나 폭락 사태와 최근 세계 3위 미국계 암호화폐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에 이은 이번 위믹스 사태는 암호화폐 생태계 전반의 신뢰를 뒤흔들고 있다. 혁신 생태계로 포장됐지만, 실상은 ‘일확천금’을 꿈꾸는 코인 사업자와 투기꾼이 모인 투전판이라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번 사태를 암호화폐 시장의 거품을 걷어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금처럼 법적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는 거래소 역할이 중요하다. 상장을 둘러싼 각종 의구심을 줄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로 독립적인 상장심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기술력과 사업성을 평가하는 모델을 정립해 일정 수준의 등급을 획득한 암호화폐만 심사 대상에 올려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 스스로의 자정 노력으로 거품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규제의 칼날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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