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강원 양양군에서 산불 계도 비행 중이던 임차 헬기가 추락해 5명이 숨졌다. 소방당국은 기장과 정비사 외 사망자 3명에 대한 신원을 확인 중이다.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50분쯤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산에서 속초시와 고성군, 양양군의 공동 임차헬기가 추락했다.
사고 직후 동체에서 발생한 화재는 1시간15분 만에 꺼졌다. 기체 안에서 기장 A씨(71)와 정비사 B씨(54) 등 시신 5구를 수습했다.
추락 후 발생한 화재로 헬기는 형체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사고 당시 충격을 짐작케했다. 프로펠러 등 사방으로 흩어진 각종 기체도 화염에 새카맣게 타면서 잿더미로 변했다.
산산이 조각 난 헬기 주변의 아름드리나무 등 검게 그을린 현장은 사고 당시 처참했던 상황을 대변했다.
사고를 목격한 주민은 "집에서 헬기가 산불 방송하는 것을 들었는데 불과 2∼3초 뒤에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그러더니 시커먼 연기가 바로 올라와서 '헬기가 잘못됐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바로 신고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산에 올라갔지만, 불이 크게 번져 접근할 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사고 지점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도 "일 나가는 아들에게 잘 다녀오라고 배웅을 나왔는데 아들이 '저기 산불이 난 것' 같다고 했다"며 "새카만 연기가 엄청나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산불이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최식봉 양양소방서장은 "헬기 배터리 부분에서 계속 폭발음이 발생해서 쉽게 접근할 수 없던 탓에 진화에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추락한 헬기는 속초·고성·양양이 공동으로 임차해 운용 중이다. 기장 A씨와 정비사 B씨는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산불방지 공중 계도 및 감시 비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A씨와 B씨 2명만 탑승했다고 알려진 것과 달리 사고 현장에서는 20대 C씨와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성 2명 등 총 5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5명이 탑승한 사실은 헬기 계류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소방당국과 산림당국은 이들의 정확한 신원을 파악 중이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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