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의 지휘자' 틸레만, 그의 손짓에 흩어진 소리가 하나됐다

입력 2022-11-27 18:17   수정 2023-04-28 21:20


“다시 앞으로 돌아갑니다. 브람스의 리듬을 조금 더 명료하게 표현해주세요.”

27일 경기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 쌀쌀해진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소매 티셔츠를 입은 지휘자는 연신 손과 입을 분주하게 움직였다. 음정이나 박자가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과장된 손짓과 함께 타박이 나왔다.

반소매의 지휘자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크리스티안 틸레만(63). 그의 손짓을 따라가는 악단은 452년 전통의 독일 명문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다. 이들은 28일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과 30일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여는 첫 내한 공연을 앞두고 이곳에서 마지막 리허설을 했다.

당초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첫 내한 공연 지휘자는 30년간 악단을 이끈 거장 다니엘 바렌보임(80)이었다. 하지만 그가 건강 문제로 활동을 중단하면서 틸레만이 지휘봉을 잡게 됐다. 틸레만도 최근 어깨 문제로 해외 연주를 취소한 탓에 ‘한국 공연도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지만, 다행히 한국행(行) 비행기에 올랐다.

이날 리허설에서 본 틸레만의 건강 상태는 괜찮아 보였다. 공연을 한 달 앞두고 지휘자가 교체된 걸 알아차리기 어려울 만큼 단원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틸레만의 몸짓과 손짓에 따라 오케스트라는 하나의 응축된 소리를 만들어냈다. 틸레만이 양팔을 넓게 펼치면 소리가 홀 전체를 감싸듯 커졌고, 지휘자가 몸을 구기면 모든 악기가 숨을 죽였다. 지난달 바렌보임을 대신해 독일 현지에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와 바그너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무대에 오른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틸레만은 듣던 대로 ‘열정의 지휘자’였다. 온몸을 흔들며 지휘하는 바람에 얼굴은 물론 귀까지 빨개졌다. 주문은 명쾌했고, 지시는 단호했다. 주문한 대로 소리가 나지 않자, 팔을 세게 흔들며 문제가 된 부분으로 연주를 되돌렸다. 그러면서 브람스 악보에 표기된 리듬을 보다 명료히 표현하라고 반복해서 요구했다. 그러자 3분 전과는 다른 연주가 나왔다. 거장 지휘자가 명문 오케스트라를 만나자 웅장하고도 장엄한 브람스 교향곡 4번의 맛이 살아났다.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 브람스 교향곡 전곡을 연주한다. 악단의 종신 악장으로 활동 중인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30)은 “브람스 작품에 어울리는 소리와 선율을 구현하기 위해 틸레만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있다”며 “앞서 한 차례 호흡을 맞춰 본 만큼 단원 모두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틸레만은 연주를 앞두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전형적인 사운드는 브람스 교향곡에 아주 잘 어울린다. 매우 어두운 음색을 지녔지만 무겁거나 과한 소리는 아니다”며 “아주 좋은 호흡의 연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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