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는 1가구 1주택자의 31.8%는 연간 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자가 내는 세금’으로 알려진 종부세가 실제로는 은퇴한 고령층의 생활을 더욱 궁핍하게 하는 역진적 세금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7일 배포한 ‘종부세는 정부안으로 정상화돼야 합니다’ 자료에 따르면 1가구 1주택자이면서 종부세를 내야 하는 납세자 총 23만90명 가운데 연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국민은 5만148명(21.8%)이었다. 기재부가 올해 종부세 고지서를 받아 든 국민의 작년 이자·배당·근로·연금·기타소득이 담긴 원천징수 자료와 사업소득 및 부동산임대소득 신고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연소득이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이면서 1가구 1주택자인 종부세 납세자는 2만2915명으로 조사됐다. 전체 1가구 1주택 종부세 납세자의 10.0%에 해당한다. 연소득 1000만원 이하 구간과 1000만원 초과~2000만원 이하 구간에 속하는 국민을 모두 합하면 1가구 1주택 종부세 납세자의 31.8%를 차지한다. 기재부는 “연소득 2000만원 이하인 1주택자의 1인당 평균 종부세액은 74만8000원으로 소득에 비해 세부담이 과중하다”며 “특별공제 무산으로 중저가 주택 보유자 부담이 가중됐다”고 분석했다.
연소득 5000만원 이하가 절반…올 납부자 38.7%는 세액 늘어
국민의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윤석열 정부 세제개편안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도 저소득층의 종부세 부담이 확대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기획재정부는 올해에 한해 1가구 1주택자의 공시가격 공제액을 11억원에서 14억원으로 3억원 인상하는 방향으로 지난 7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표했지만 민주당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까지 이어진 집값 상승과 공시가격 급등에 더해 3억원의 특별공제 도입마저 무산되자 집 한 채가 자산의 전부인 저소득 노인층을 중심으로 종부세 부담이 급증한 것이다.
이 때문에 종부세의 ‘역진성’이 두드러지고 있다. 올해 종부세를 내야 하는 1가구 1주택자 가운데 연소득이 1000만원 이하인 납세자의 평균 종부세액은 75만2000원인데, 연소득 1000만~2000만원 이하인 납세자의 평균 종부세액은 74만원으로 조사됐다. 연소득 1000만원 이하인 1가구 1주택자가 평균적으로 더 많은 종부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기재부는 이날 발표한 자료를 통해 “소득 차이에 비해 세액 차이가 작아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의 세 부담이 크게 체감될 수 있다”며 “현행 종부세는 역진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주택분 종부세 납부자 122만 명 중 47만1000명(38.7%)은 고지세액이 작년보다 늘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95%에서 60%로 인하하면서 1인당 평균 세액(336만3000원)이 작년보다 137만원 줄었으나, 상대적으로 중저가 주택을 보유한 납세 대상자를 중심으로 세 부담이 커졌다. 작년에는 종부세 과세 대상이 아니었으나 올해 신규로 대상이 된 납세자도 37만5000명(평균 세액 244만9000원)에 달했다.
정부는 내년에라도 국민의 종부세 부담을 덜기 위해 끝까지 민주당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올 7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내년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 금액을 현재 11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고, 다주택자의 기본공제도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1주택자 종부세율 인하, 다주택자의 보유세 부담 상한 300%에서 150%로 인하 등의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기재부는 “과도한 다주택자 세 부담은 의도하지 않게 임차인에게 전가돼 서민·중산층의 주거비 부담 증가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국민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종부세 개편안의 국회 통과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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