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월가는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첫째,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 Fed는 내년 초까지 금리를 100bp 이상 더 올릴 것이고, 이에 따라 미 국채 10년물 금리도 다시 연 4%대로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 많다. 달러 강세가 정점은 지났을 수 있지만, 약세로 돌아선 건 아니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셋째, Fed는 인플레이션이 목표(2%대) 수준으로 낮아질 때까지 높은 기준금리를 유지할 것이다. 이른바 ‘higher for longer’(더 높은 금리를 더 길게)다.
넷째, 경기 침체가 다가오고 있다. 골드만삭스를 제외한 월가 금융회사 다수는 미국 경제가 내년 초 침체에 빠질 것으로 본다. Fed가 이렇게 금리를 높이고 오래 유지한다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침체의 징후인 미 국채 수익률 곡선은 이미 대부분 구간에서 역전됐다. 2년물과 10년물 금리의 역전 폭은 기록적인 80bp에 달한다.
그렇다고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침체가 없다면 물가 하락은 더뎌지고 Fed는 높은 금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사실 침체 우려로 유가가 급락해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고 있다. 미국이 침체를 피한다면 유가는 다시 오르고 물가 잡기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유럽의 침체는 기정사실이다. 그 깊이와 폭이 날씨에 달렸을 뿐이다. 겨울 기온이 예년보다 낮다면 천연가스 가격은 다시 급등할 수 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봉쇄는 계속 이어질 것 같고, 경기 회복은 요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마저 침체에 빠진다면 위험자산 회피로 인해 미 달러가 다시 오를 수 있다.
경제는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다. 어떻게 변할지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1980~2020년 선진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연 5%가 넘었을 때 다시 2%대로 회복하는 데 평균 10년, 최소 3년이 걸렸다. 세계 경제를 주시하면서 경계감을 유지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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