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 소속 시멘트 운송 사업주와 운수종사자(차주)에 대해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 카드를 뽑아든 것은 노조의 집단행동에 더 이상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조치가 윤석열 정부 ‘노동 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날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매번 어정쩡하게 타협하고 초법적 행태를 그때그때 무마해 이 지경까지 왔는데, 이번에 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이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파국으로 가는 결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서울교통공사 노조(30일), 전국철도노조(내달 2일)가 추가 파업을 예고하고 있지만, 정부는 연말까지 주 52시간 근로제 유연화를 포함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며 강공 모드를 보이고 있다.
원 장관은 시멘트 부문을 첫 업무개시명령 대상으로 정한 데 대해 “피해 규모,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총파업 이후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했고, 시멘트 운송 차질로 전국 건설 현장의 절반이 넘는 곳에서 공사가 중단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업무개시명령과 별개로 국토부는 파업 때마다 노동계와 협상 카드를 주고받았던 과거와 달리 화물연대의 업무 복귀를 위한 대화만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원 장관은 전날 화물연대와의 1차 협상 직후 “화물연대와 우리는 협상이나 교섭 당사자가 아니다”며 “화물연대의 업무 복귀를 위한 면담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파업으로 정부에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화물연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측과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벌인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최종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30일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서울지하철 총파업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이다. 노동계와 정부 간 ‘강 대 강’ 대치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하헌형/장강호/이혜인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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