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의 총파업(집단운송 거부)에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총파업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조속한 복귀를 촉구하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다른 업종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원 장관은 30일 오전 서울 서초동에 있는 시멘트 운송 업체를 찾아 운송 거부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원 장관은 이 업체와 계약을 맺은 화물 차주와 통화하면서 "단체 행동이나 동료 눈치를 본다고 법을 어겨선 안 된다"며 "시멘트 공급이 끊겨서 건설 일용직과 많은 중소기업, 협력업체들의 일감이 중단됐기 때문에 국민을 생각해서 복귀해달라”고 말했다.
시멘트 이외에 다른 업종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도 시사했다.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7일째로 접어들면서 정유, 철강, 컨테이너 등 여러 분야에서 물류 경색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원 장관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이날이 지나면 정유·철강·컨테이너 등에서 하루가 달리 재고가 떨어지거나 적재 공간이 차면서 국가 경제 위기도가 급속하게 올라갈 것”이라며 “피해 상황이 벌어진 다음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 늦기 때문에 피해 상황이 급박하게 진행되면 언제든지 추가적인 운송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장관은 이날 오후엔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 사무실을 방문해 레미콘 공급 중단에 따른 현장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지난 24일부터 계속된 화물연대의 총파업으로 시멘트 출하량이 평시 대비 10% 미만으로 감소한 상태다. 시멘트 공급이 끊기면서 전국 레미콘 생산량도 지난 29일 기준 평시 대비 8% 수준으로 줄어 건설 현장에 레미콘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다. 이에 따라 46개 건설사, 전국 985개 현장 중 577개(59%) 현장에서 레미콘 타설이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 대부분의 건설현장이 '셧 다운'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 자리에서 둔촌주공 현장소장은 “현재 골조공사가 진행 중으로 지난 25일부터 레미콘 공급이 중단돼 철근, 형틀 작업만 일부 진행하고 있다"며 "레미콘 타설 중단이 장기화되면 공사가 전면 중단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입주예정자 대표는 “이미 공사비 분쟁으로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면서 큰 피해를 입었는데 화물연대로 인한 공사 지연으로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입주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이어 "공사가 빠른 시일 내에 재개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은 "정부는 시멘트 운송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해 운송업체 등을 통해 업무 복귀를 요청하고 있다”며 “많은 운송자가 시멘트 수송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명령서가 차질 없이 송달된다면 물류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건설현장도 조속히 정상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화물연대와 정부는 총파업 이후 두 번째 면담을 진행했지만 시작한 지 40분 만에 결렬됐다. 이번 면담은 지난 29일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후 첫 공식 대화다. 하지만 양 측은 기존 입장만 반복하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3년 연장하되 품목 확대는 안 된다는 입장을,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영구화하고 품목을 확대하라는 종전 입장을 고수했다.
정부는 총파업을 계속하기 위한 '명분 쌓기' 식의 면담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다. 2차 면담마저 성과 없이 종료되고 정부가 시멘트 이외에 다른 분야로까지 운송개시명령을 확대할 조짐이라 조속한 사태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많아지고 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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