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대못' 2차 안전진단 사실상 폐지

입력 2022-11-30 17:45   수정 2022-12-01 01:16


정부가 이르면 다음주 재건축 사업 ‘첫 단추’인 안전진단 절차 완화 방안을 발표한다. 안전진단 평가 항목 중 가장 충족하기 어려운 요소인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현행 50%에서 30%로 낮추고,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은 지방자치단체에 권한을 위임해 제한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골자다. 안전진단 절차가 완화되면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노원구 상계주공 등 재건축 초기 단계 아파트 단지들의 사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구조 안전성 비중 4년 만에 축소
30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다음주 이런 내용을 담은 재건축 안전진단 관련 규제 완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애초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안전진단 기준 완화가 집값 불안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지만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냉각되자 시장 연착륙을 위해 규제 완화를 조속히 단행하기로 했다.

정부가 마련한 안전진단 개편안 중 가장 유력한 것으로 현행 50%인 구조 안전성 비중을 30%로 낮추는 대신 ‘주거 환경’(15%→30%), ‘건축 마감·설비 노후도’(25%→30%) 등의 배점을 높이는 방안이 꼽힌다. 안전진단은 △구조 안전성 △주거 환경 △건축 마감·설계 노후도 △비용 분석 등 네 가지 항목에 가중치를 둬 평가하는 방식이다. 총점 100점 만점에 55점 이하(D등급 이하)를 받아야 재건축이 가능하다.

붕괴 위험을 따지는 구조 안전성 항목은 안전진단 통과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혀 왔다. 과거에도 정부가 재건축 관련 규제를 강화하거나 완화할 때 구조 안전성 배점을 조절했다. 지난 정부가 2018년 3월 구조 안전성 비중을 종전 20%에서 50%로 대폭 높인 후 목동신시가지9·11단지, 노원구 태릉우성, 은평구 미성 등 서울 주요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줄줄이 안전진단에서 탈락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판단에 따라 구조 안전성 가중치를 최대 10%포인트 가감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 경우 구조 안전성 비중이 20%까지 낮아질 수 있다.
목동신시가지 재건축 청신호
안전진단 마지막 관문인 2차 정밀안전진단은 사실상 폐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기준으로는 1차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E등급은 즉시 재건축 추진)을 받으면 공공기관의 2차 정밀안전진단을 또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는 지자체가 요청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시행할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2차 정밀안전진단은 원칙적으로 없애야 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대다수 지자체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2차 정밀안전진단을 요청하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폐지 수순에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 평가 기준 변경은 법 개정 없이 국토교통부 시행령·행정규칙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서울에서만 재건축 가능 연한(준공 후 30년)을 채웠지만 아직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30여만 가구가 완화된 새 기준을 적용받을 전망이다.

당장 구조 안전성 항목 가중치가 30%로 낮아지면 1~2년 전 ‘재건축 불가’ 판정이 내려졌던 목동신시가지9·11단지, 태릉우성 등이 재건축이 가능한 D등급을 받게 된다.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 담당 임원은 “이달 초 재건축 밑그림에 해당하는 지구단위계획이 통과된 목동신시가지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고 했다.

총 2만6629가구 규모인 목동신시가지 14개 단지 중 안전진단을 최종 통과한 곳은 6단지가 유일하다. 목동신시가지11단지와 태릉우성 등은 규정이 완화되는 대로 안전진단을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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