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식·외환시장 안정세지만, 부동산발 위기 경보 심상치 않다

입력 2022-12-01 17:53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30일(현지시간) 금리 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하자 글로벌 주식시장이 환호했다. 어제 코스피지수가 장중 한때 2500선을 회복하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원·달러 환율은 하루 만에 19원10전 떨어진 1299원70전으로 마감해 넉 달 만에 1200원대로 내려왔다. 주식·외환시장이 빠르게 안정세를 찾는 모습은 반갑지만, 자칫 경제위기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착각이나 방심은 경계해야 한다. 호재에 즉각 반응하는 금융시장보다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부동산시장에 더 큰 폭탄의 뇌관이 있기 때문이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겠다고 했지만 “한동안 계속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시장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혹독한 빙하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얘기다. 부동산 대출 급증 여파로 1900조원에 육박한 가계빚은 우리 경제의 가장 약한 고리다. 자금시장 경색과 집값 하락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얽힌 건설사와 저축은행, 증권사의 줄도산 경고도 나온다. 2013년 35조원 수준이던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올해 112조원으로 급증했다. 어느 한 곳에 부실이 생기면 금융 시스템 전체로 도미노처럼 확산할 수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운용 때 부동산시장을 감안하겠다”고 말한 이유다.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잠정치·전분기 대비)이 0.3%로 2분기(0.7%)의 절반 이하로 추락하고, 11월 수출액이 14% 급감하며 두 달째 뒷걸음질했다. 엄중한 상황 속에 부동산발(發) 금융위기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도록 불필요한 부동산 규제를 과감히 풀고, 비은행권 유동성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선제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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