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024년부터 상장사 영문 공시를 단계별로 의무화한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열린 ‘2022년 한국ESG기준원 우수기업 시상식’에 참석해 이러한 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김 부위원장은 “불투명한 기업 지배구조는 한국 증시 저평가 요인 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우리 경제가 선진 경제로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해야 할 이슈”라고 말했다.
영문 공시 의무화는 자산 규모가 큰 상장사부터 적용된다. 2024년부터 자산 10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작년 기준 93개사)는 영문 공시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2026년부터는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234개사)로 대상을 확대한다.
기업의 준비 상황을 감안해 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재무제표상 중요한 정보나 거래정지 등 거래소 공시를 우선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국내 자본시장의 경우 외국인 주주 비중이 상당히 높지만 이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적시에 제공되지 못했다”며 “기업의 준비상황을 감안해 투자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의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기업 경영 투명성 강화를 위해 기관투자자 역할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기관투자자가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의 내실화와 의결권 자문사를 통한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지속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2025년부터 적용되는 ESG 공시 의무화에 대비해 제도도 구체화할 방침이다. 현재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의무화한다. 2030년부터는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열린 한국ESG기준원 우수기업 시상식에서는 SC제일은행이 ESG 명예기업으로 선정됐다. ESG 우수기업 대상은 KB금융지주가 수상했다. 지배구조 최우수 기업으로는 신한라이프생명보험과 현대글로비스가 선정됐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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