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들의 구매행동을 심리적으로 분석하여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을 심리적 가격결정(psychological pricing)이라 한다. 가격이 소비자에게 어떤 의미를 주느냐가 중요하다. 몇 가지 심리학 이론들에 근거해 가격 결정에 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자.
차등적 문턱
차등적 문턱(differential thresholds)이란 두 자극 간의 차이를 구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차이를 말한다. JND(Just Noticeable Difference)라고도 불린다. 차등적 문턱 이하로 변화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그 차이를 못 느낀다.차등적 문턱은 웨버의 법칙(Weber’s law)으로 공식화된다.
k = △ I/I = JND
여기서 I는 원래 자극의 수준을 말하고, △I는 알아차릴 수 있는 변화의 양을 말한다. 또한 k는 변화가 감지될 수 있는 변화율을 말한다.
웨버의 법칙에 따르면 차등적 문턱에 영향을 주는 것이 최초 자극의 수준이다. JND는 최초 자극의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 즉 두 자극 간의 차이를 인식하는 것은 상대적이다. 예를 들어 같은 5만 원의 가격 인상이라도 10만 원짜리 수영장 이용료가 오른 것과 100만 원짜리 항공권이 오른 것은 차이가 있다. 즉 수영장 이용료는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판단되지만 항공권의 경우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차등적 문턱은 가격을 변경하려는 기업이나 정부에게 시사점을 준다. 일반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경우라면 가격 인상에 대한 고객의 심리적 반발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되도록이면 조금씩 인상해 고객들이 가격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즉 고객의 JND 수준을 파악하여 가격 인상폭을 그 이하로 하는 것이다.
한편 수요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가격 인상을 하는 경우라면 JND를 넘기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예컨대 혼잡통행료를 인상해 교통 체증을 실질적으로 줄이려는 경우다. 제한된 주차장에 수요를 줄이려고 주차요금을 인상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요금 인상을 피부로 느껴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결심하는 사람이 늘어 날 것이다.
반대로 가격을 내릴 경우에는 가격 차이를 JND 이상으로 해야 할 것이다. 고객이 인식할 수 있는 범위까지 가격을 내려야 가격 할인을 통한 구매 유도가 가능하다. 가격 인하가 JND 보다 작은 수준이라면 고객이 가격 변화를 인식하지 못해 매출 증대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타협 효과
타협 효과(compromise effect)는 여러 대안들이 있는 경우 사람들이 극단적인 대안들을 회피하고 이들의 타협 대안이라고 할 수 있는 중간 대안을 선택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 이론에 의하면 고객은 가장 싸거나 가장 비싼 것처럼 극단적인 가격을 배제하고 중간에 있는 가격을 선택할 확률이 높다.기업이 판매하고자 하는 상품의 가격을 적당한 선으로 설정하고 다른 상품에 대해 극단적으로 높거나 낮은 가격을 설정하면 고객이 이 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예컨대 레스토랑에서 판매하는 특정 와인 가격이 20만원으로 가장 비싼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이 와인은 가장 비싼 것이라서 손님들이 선택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이제 50만원짜리 와인을 메뉴에 추가한 상황을 생각해 보자. 이 경우 20만원은 더 이상 극단적 가격이 아니다. 따라서 20만원짜리 와인이 판매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50만원짜리 와인 그 자체는 잘 안팔리더라도 20만원짜리 와인을 보다 적절하다고 보게 만드는 것이다.
전망 이론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은 기존 주류 경제학의 효용함수와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가치 함수를 제시한다. 사람들이 어떤 대상의 가치를 절대적인 크기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나 차이를 가지고 주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그 주관적 가치를 좌우하는 것은 준거점(reference point)이며, 이를 기준으로 이익(gain)인가 손실(loss)인가에 따라 평가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준거점이 달라지면 사람들이 인식하는 가치가 달라질 것이다. 가치 함수는 이익 영역에서는 오목 함수, 손실 영역에서는 볼록 함수의 S자 형태를 갖고 있다. 가치 함수는 비대칭적이다. 이익 영역에서보다 손실 영역에서 그 기울기가 더 가파르다. 이런 형태는 사람들의 심리 저변에 깔려 있는 손실 회피(loss aversion) 성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익과 손실의 크기가 같더라도 이익에서 얻는 기쁨보다는 손실로 인한 고통이 더 크게 느껴진다. 예컨대 내기에서 만 원을 땄을 때 느끼는 기쁨보다 만 원을 잃었을 때 고통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다.
가치 함수의 다른 특징은 체감 민감도(diminishing sensitivity)이다. 체감 민감도는 준거점에서 멀어 질수록 가치 함수의 기울기가 점점 완만해지는 것을 말한다. 즉 이익이나 손실의 액수가 커짐에 따라 변화에 따른 민감도가 감소한다. 예를 들어 가격이 5만원에서 6만원으로 인상된 경우와 20만원에서 21만원으로 인상된 경우를 비교해 보자. 두 경우가 1만원이 인상된 것은 같지만,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은 전자가 더 클 것이다.
살다 보면 이익이나 손실이 여러 차례 발생하는 상황을 접하게 된다. 이런 경우 사람들이 인식하는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전망 이론의 가치 함수에 근거해 효용을 극대화하는 원칙이 몇 가지 존재한다. 그 중 가격 결정에 관련된 원칙을 살펴 보자.
첫째, 이익은 분리해서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익이 여러 개일 때는 합쳐서 제시하는 것 보다 나누어 제시해야 만족이 높아진다. 가격 할인은 고객 입장에서 이익이다. 그런데 가격 할인의 크기 못지않게 할인을 제시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예컨대 레스토랑에서 점심 메뉴를 할인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그냥 40% 할인이라고 표현하는 것(통합된 이익)보다는 30% 할인에 10% 계절 할인을 추가한다고 말하는 것(분리된 이익)이 더 효과적이다. 가격 할인(이익)을 나눠 제시하는 방식이 고객이 인식하는 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둘째, 손실은 통합해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손실이 여러 개일 때는 합쳐서 제시하는 것이 불만을 줄일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 가격 지불은 손실이다. 예를 들어 테마파크에서 기구를 탈 때마다 이용권을 구입하도록 하지 않고 자유이용권을 구입해 마음껏 놀이기구를 탈 수 있도록 한다. 고객이 체감하는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이라 볼 수 있다.
신용카드 회사는 한 달 분 사용 내용을 통합한 금액을 청구서로 발송한다. 고객으로서는 사용한 건마다 매번 지급하는 것보다 한달 치를 통합해 한번에 지급하는 것이 덜 고통스러울 것이다. 이동전화요금과 인터넷 요금을 한꺼번에 내도록 하면 이용자들이 느끼는 고통을 줄일 수 있다. 항공료와 공항세를 각각 내게 하는 것보다는 통합해 한꺼번에 내게 하는 것이 고객 불만을 줄일 것이다.
보험 설계사가 고객에게 보험료를 알리는 상황을 가정하자. 다음 두 가지 중 어느 것을 택해야 하겠는가?
1번: 기본 보험료 OO원, A 특약비 OO원, B 특약비 OO원
2번: 총 보험료는 OO원입니다. 이것은 A, B 특약비가 포함된 가격입니다.
만약 2번을 택했다면 소비자 심리를 이해하는 데 한 발자국 나아간 것이다.
고객 심리를 이해하는 것은 가격과 관련해서도 중요하다. 고객의 마음을 열려면 가격은 어느 수준이어야 할까? 가격을 어떻게 제시해야 할까? 두 가지 모두 중요하다. 가격도 고객이 받아 들이기 나름이다. <h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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