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CP) 금리 상승세가 두 달여 만에 멈췄다. 레고랜드 사태가 촉발한 단기 자금시장 경색이 진정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CP 금리(91일물)는 전 거래일과 같은 5.54%에 마감했다. CP 금리는 9월 22일 전 거래일보다 0.02%포인트 오른 3.15%를 기록한 뒤 지난 1일까지 49거래일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올랐다. 2009년 1월 12일(5.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CP 금리가 치솟은 것은 자금조달 창구가 막힌 기업들이 CP 시장으로 몰려든 여파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조달 금리도 좀처럼 진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잇따른 정부의 안정화 대책이 나오면서 CP 시장이 조금씩 회복하고 있다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설명이다. 정부는 지난 10월 ‘50조원+α’ 규모 유동성 공급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달 28일에는 채권시장안정펀드를 5조원 추가 조성하고 국채 발행을 최소화하는 추가 대책도 내놨다.
금리 상승 기조가 누그러질 것이라는 기대도 반영됐다. 대형 증권사 CP 발행 담당자는 “CP 시장 ‘큰손’으로 꼽히는 증권사 신탁 등에서 투자심리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및 공사채 시장에도 ‘온기’가 돌고 있다. SK그룹의 지주회사인 SK는 23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8600억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금리가 연 6%에 육박했던 한국전력 채권은 연 5.2%까지 발행 금리가 낮아졌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자금시장이 조금씩 긍정적인 흐름을 타기 시작했지만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며 “부동산 PF 우려 확산, 기업 실적 악화 등이 뇌관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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