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역추진 로켓을 사용하지 않고도 우주선의 착륙 속도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일명 ‘열 방패(Heat Shield·사진)’ 개발에 성공했다. NASA는 장비 성능을 개선해 2030년 화성 유인 탐사 장비로 활용할 계획이다.
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NASA는 최근 9300만달러(약 1230억원)를 투자해 개발한 ‘팽창식 감속기(Inflatable Decelerator)’의 지구 저궤도 비행 테스트에 성공했다. 둥글고 납작한 방패 모양의 팽창식 감속기는 평소에는 압축된 상태로 보관돼 있다가 행성 대기권에 들어가면서 펼쳐져 감속하는 기능을 한다. NASA 관계자는 “팽창식 감속기를 화성 탐사뿐 아니라 금성 탐사,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 탐사 등에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팽창식 감속기는 지난달 10일 미국 캘리포니아 밴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 아틀라스 5호에 실려 해발 고도 800㎞ 상공까지 올라간 뒤 대기로 재진입을 시작했다. 발사 69분 후 팽창식 감속기가 작동했다. 로켓 머리 부분에 있는 직경 1.2m, 폭 0.5m의 작은 원통형 상자가 갈라졌다. 상자 안에 담겨 있던 팽창식 감속기에 압축 질소가스가 주입됐다. 팽창식 감속기는 지름 6m의 원형으로 순식간에 부풀었다. 세라믹 등 특수 합성섬유 소재로 제작된 팽창식 감속기는 강철보다 내구성이 15배 이상 강하다.
음속의 25배 속도로 자유낙하하던 팽창식 감속기는 지구의 대기와 마찰하면서 점차 감속했다. 운동에너지가 열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발생하는 섭씨 1648도의 고온을 견뎠다. 시속 2만8800㎞에서 980㎞까지 감속한 뒤 낙하산을 펼쳤다. 팽창식 감속기는 발사 125분 후 하와이 앞바다에 착수(着水)했다.
팽창식 감속기는 화성 탐사에 필수적이다. 화성의 대기압은 약 0.006기압으로 지구의 약 0.75%에 불과하다. 대기가 희박하면 우주선이 착륙할 때 대기와의 마찰을 이용한 감속이 어렵다. 화성 착륙이 지구보다 어려운 이유다. 역추진 로켓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화성까지 싣고 가는 연료가 더 많이 필요해지는 문제가 있다.
이에 NASA는 2002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50여 년 전 옛 소련에서 팽창식 감속기 아이디어를 먼저 떠올렸지만, 당시에는 공기 저항으로 인한 마찰열을 견딜 소재가 없어 실현되지 못했다. NASA는 2012년 직경 3m짜리 팽창식 감속기 로켓 실험을 수행했다. 다만 당시에는 지구 저궤도까지 오르지 못한 상태에서 지상으로 떨어뜨리는 수준이었다. 이번 시험으로 팽창식 감속기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것이 NASA 측 설명이다.
NASA는 팽창식 감속기의 지름을 12m까지 키운 후속 모델 개발에 들어갔다. 팽창식 감속기를 사용하면 화성 유인 탐사에 필요한 20t급 착륙선을 무사히 화성 지표면에 착륙시킬 수 있을 전망이다. 작년 2월 초음속 낙하산과 역추진 로켓을 통해 화성에 착륙시킨 무인 로버 퍼서비어런스(1.5t)의 13배가 넘는 무게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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