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됐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는 부동산 시장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어서 입니다. 금리 인상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 아무래도 매수세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역대 최소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집값 상승을 이끌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 모아 대출)은 이젠 '영털족'(영혼까지 털린 대출)이 됐다는 자조 섞인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가파른 금리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하소연입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올 10월 기준 국내 예금은행에서 신규로 나간 대출의 절반 가까이는 연 5%대 이상의 금리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2012년 이후 10여년 만에 최대 비중입니다. 그만큼 가계의 금리 부담이 빠르게 급증했다는 의미입니다.
특히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집값 하락세가 거셉니다. 정부가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거래 자체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어서 입니다. 이 지역엔 젊은 수요자층이 상대적으로 많아 금리 인상에 따른 여파를 더 크게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이 지역 집값의 추가적인 하락은 불가피한 실정입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 11월 마지막 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56% 하락했습니다. 27주째 하락세가 이어졌습니다. 하락세도 최근 매주 확대하고 있습니다. 연간 하락폭은 4.65%로 올 들어 서울 집값은 지방(-3.35%)보다도 더 떨어졌습니다.
서울에선 동북권의 집값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올 들어서만 6% 이상 아파트값이 떨어졌습니다. 이 중 노원과 도봉은 일주일 만에 1%에 육박한 하락률을 기록했습니다. 도봉구의 경우 서울에서 가장 큰 하락 폭인 마이너스(-)0.99%를 기록했습니다. 노원구(-0.95%)와 강북구(-0.87%)가 그 뒤를 이었습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금리 인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 국면이 계속 될 것이라는 판단에 실수요자들이 대부분 관망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매도자와 매수자 간에 가격에 대한 판단이 크게 달라 '급매'나 '급급매'만 가끔 이뤄지면서 전체적인 집값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원의 대표적인 신축인 포레나노원(전용면적 59㎡ 기준)은 지난달 중순 7억7000만원(28층)에 실거래 됐습니다. 지난해 9월 최고가였던 10억5000만원(21층)에 비해 2억8000만원 급락한 가격입니다. 지난달 중순 도봉 창동에 있는 창동주공3단지(전용면적 49㎡ 기준)는 5억5000만원(4층)에 실거래 됐습니다. 지난해 7월 최고가였던 7억8500만원(14층)에 비해 2억3500만원 떨어진 가격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인근 주공19단지(전용면적 68㎡ 기준)는 지난 9월 말 8억1900만원(13층)에 실거래 됐습니다. 직전가였던 올 4월 중순 10억4700만원(5층)에 비해 불과 5개월 만에 2억2800만원 떨어졌다. "이러다 3년 전 수준으로 집값이 돌아가겠다"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는 무리해서 집을 구입하려는 20~30대들이 많이 찾아왔는데, 올 하반기 들어 이런 수요가 뚝 끊기면서 일부 사연 있는 '급매'들만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지역만이 아니라 서울 곳곳에선 다주택자들의 증여성 거래만 속속 이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부동산 매수 심리가 살아나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이미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역대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올 11월 마지막 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4.4로 집계됐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입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9.4로 조사돼 2012년 7월 첫째 주 이후 10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66.7까지 떨어지며 30주 연속 하락했습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부동산 시장 회복의 최대 관건은 치솟고 있는 대출이자 부담"이라며 "통상 12월은 비수기인 데다 입주 물량이 늘어난 지역이 있어 낙폭 확대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말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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