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될 예정인 구현모 KT 대표의 연임 여부가 이달 중순 결정될 전망이다.
4일 통신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KT의 이사회 구성원들로 이뤄진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는 이번 주 중 구 대표에 대한 ‘연임 우선 심사’를 할 계획이다. 현직 대표가 연임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다른 외부 후보추천을 받는 게 좋을지에 대한 판단 과정이다.
KT의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는 2017년까지 운영된 최고경영자(CEO) 후보 추천위원회의 후신이다. 2011년 이석채 전 회장과 2017년 황창규 전 회장도 각각 CEO 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연임 여부를 심사해 통과된 적 있다. 다만 이 전 회장은 연임 1년 후 중도 사퇴했고, 황 전 회장은 연임 후 3년을 모두 채우고 물러났다.
심사위원회는 이번 주 심사를 거쳐 내주 중 구 대표의 연임 우선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에서는 구 대표가 2020년 3월 취임하면서 약속한 경영계약을 어느 정도 이행했는지에 대한 성과 평가가 주로 이뤄진다. 구 대표도 위원회에 참석해 임기 내 실적에 관해 설명하고 연임할 경우 어떤 계획이 있는지를 밝힐 예정이다. ‘연임 적격’으로 판단될 경우 이사회는 구 대표를 차기 대표이사 후보로 단독 추천하게 된다. 이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내용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된 KT는 앞서 기존 대표들이 연임할 때마다 여러 잡음이 일곤 했다. 정치적인 입김이 이리 저리 불어온 탓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비교적 무난하게 구 대표가 연임할 가능성을 점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재임 기간 실적이 좋아 교체 명분이 크지 않고, 정치권이 민간기업 CEO를 들었다 놨다 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예전보다 커진 탓이다.
KT는 지난 3년간 ‘통신공룡’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디지코·digico)’으로 체질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출액(별도 기준)은 구 대표 재임 전인 2019년부터 올해까지 18조원 안팎으로 비슷한 수준이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영업이익은 2019년 7477억원이었으나 올해는 3분기까지 벌써 1조570억원을 기록했다. 연말까지는 1조2000억원은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것이 증권업계 전망이다. 당기순이익도 2019년 4284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3분기에만 6577억원을 기록했다.
시장이 전반적으로 좋았던 영향도 있지만 스튜디오 지니에 투자해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는 등 종전에는 KT에서 손대지 않았던 영역에서 이룬 성과가 많다는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주가도 지난 3년간 두 배 이상으로 올랐다.
다만 연임에 걸림돌도 없지 않다. 작년 전·현직 KT 임원들이 상품권을 매입했다가 할인해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들어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후원한 것이 기소됐다. 일부는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고 명의를 빌려준 구 대표는 벌금 1500만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는 KT 현 이사회가 결정한 대표이사 결격 사유인 ‘금고 이상의 형’에 해당하지 않는다. 구 대표는 이에 항소한 상태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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