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위믹스 사태가 알려준 진짜 大馬

입력 2022-12-04 17:35   수정 2022-12-05 00:46

암호화폐 ‘위믹스(WEMIX)’에 대한 디지털자산 거래소협의체(닥사)의 거래 지원 종료(상장폐지) 결정에 따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위믹스 발행사 위메이드는 거래소들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은 오는 7일까지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위믹스 투자자들도 닥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에 나설 움직임이다.
법적 공방으로 번진 위믹스 상폐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국내 5대 거래소의 자율규제기구인 닥사는 지난 10월 27일 위믹스를 투자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위믹스가 유통량 계획보다 약 30% 이상 초과 유통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위메이드는 공시를 통해 10월 말 2억4600만 개의 위믹스가 유통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코인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에 공개된 위믹스의 유통량은 10월 27일 기준 3억2000만 개로 나타났다. 이를 주식시장에 대입하면 상장사가 공시한 발행 주식 수와 실제 유통 주식 수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며, 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하는 심각한 문제라는 게 닥사의 입장이다.

닥사는 이로 인해 기존 투자자 및 신규 투자자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고, 위믹스의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도 크다고 봤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유통량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벌어진 문제라며 모두 바로잡았다고 해명했다.

애초 많은 코인 투자자는 코스닥 상장사인 위메이드가 발행한 위믹스가 상폐까지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위메이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 위믹스를 갖고 있는 홀더 등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있기 때문에 쉽사리 상폐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었다. 다시 말해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것이다.

위믹스 상폐는 거래소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었을 것이다. 우선 위믹스로부터 나오는 적지 않은 수수료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위믹스 상폐로 초래될 시장 충격에 대한 책임도 거래소를 향할 게 분명했다. 상폐로 피해를 보게 될 위믹스 홀더 및 위메이드 주주들로부터의 비판도 감수해야 한다.

위믹스는 많은 팬덤을 가진 코인으로 유명하다. 위메이드의 주주 수는 9월 말 기준 12만 명에 달한다. 위메이드가 P2E(Play to Earn: 게임하면서 돈을 버는) 게임의 대표 격임을 고려하면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은 이보다 훨씬 많다.
가상자산법 제정 서둘러야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인 시장에서 위믹스보다 더 큰 대마는 코인 시장 전체의 신뢰성과 투명성이라고 강조한다. 닥사가 위믹스의 막대한 영향력을 고려해 위믹스에만 관대했다면 코인 시장의 신뢰성과 투명성은 훼손되고, 장기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갈 것이란 지적이다. 일각에선 이번 결정이 신뢰와 투명성 없이 명성과 높은 시가총액만으로는 코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메시지를 줬다고 보고 있다.

테라·루나 가격 폭락 사태와 글로벌 거래소인 FTX의 파산 등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들이 피해를 봤지만 국내엔 아직 관련 법이 없다. 유일한 법인 특정금융정보법은 자금세탁을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회에 발의돼 있는 암호화폐 관련 법안은 16개에 이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안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여론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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