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2월 05일 16:0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AAA급 신용도를 확보한 SK텔레콤이 회사채 시장에서 모집금액을 훌쩍 뛰어 넘는 매수 주문을 확보했다. 일반 기업들이 활용하는 자금조달 시장에서 6개월 만에 등장한 10년 만기 회사채도 '완판'에 성공했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이날 총 2500억원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2년 만기 회사채 1000억원, 3년 만기 회사채 900억원, 5년 만기 회사채 400억원, 10년 만기 회사채 200억원으로 구성했다. 확보한 자금은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의 상환 목적으로 사용할 방침이다.
수요예측 결과, 총 1조9350억원의 매수 주문이 들어왔다. 2년 만기 회사채 5250억원, 3년 만기 회사채 8250억원, 5년 만기 회사채 4300억원, 10년 만기 회사채 1550억원이 각각 접수됐다.
흥행에 성공하면서 발행 금리도 낮췄다. SK텔레콤의 민평금리(민간 채권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 대비 -38~-52bp(1bp=0.01%포인트) 가량 낮은 수준에서 책정됐다.
특히 장기물로 분류되는 10년 만기 회사채가 '완판'된 게 눈길을 끈다. 일반 회사채 시장에서 10년 이상 장기물(신종자본증권·후순위채 제외)을 발행하는 건 지난 6월 KB금융지주(AAA 급) 이후 처음이다. 당시 KB금융지주는 10년 만기 회사채 950억원어치를 찍은 바 있다.
하반기 들어 회사채 시장에서 장기물은 씨가 마른 상태다. 금리 인상 기조로 기관투자가들이 5년 이상의 중·장기물을 외면하고 단기물만 선호하고 있는 결과다. 특히 장기물 시장 ‘큰손’인 보험사들이 채권 매수에 소극적으로 돌아서면서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 때문에 그간 장기물을 주로 활용했던 우량 기업들도 단기물 위주로 회사채를 개편했다. SK텔레콤도 지난 8월 3년 만기 회사채와 5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우량 신용도를 확보한 교보증권(AA-급), 한화솔루션(AA-급), 한온시스템(AA-급), LG유플러스(AA 급)도 10년 만기 회사채를 포함하지 않았다.
최근 들어 우량 회사채 시장에 ‘온기’가 퍼지기 시작하면서 장기물에 대한 매수세가 되살아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 기조 완화 가능성이 커진 영향이다. DGB금융지주의 지급보증으로 신용도를 높인 하이투자증권(AAA 급)과 SK(AA+급)가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의 3~4배에 달하는 주문을 받는 등 투자심리가 살아났다는 판단에서다.
채권 시장 마비 현상을 초래한 기업어음(CP) 금리가 진정세를 보이는 것도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해석된다. 단기자금시장의 가늠자인 기업어음(CP) 금리(91일 물)는 이달 2일 전 거래일과 같은 5.54%에 마감했다. 9월 22일 이후 50거래일 만에 상승세가 멈췄다.
공사채 시장도 회복세가 완연하다. 한국전력공사가 발행하는 한전채는 금리가 연 4%대까지 떨어졌다. 이날 열린 한전채 입찰 결과, 2년과 3년물 발행 금리는 각각 연 4.80%로 책정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자금조달 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시장 금리가 금리 인상 종료 신호를 선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의 대응책들이 종료된 이후 다시 한번 시장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며 “안정적인 연착률을 확인한 뒤 크레딧물 비중을 확대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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