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노후 아파트 단지의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2018년 도입한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이 4년 만에 존폐 기로에 섰다. 서울형 리모델링은 리모델링 주택조합이 시설물 등을 공공 기여하면 용적률을 최대 40%까지 높여 주는 사업으로,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 등 일곱 곳이 시범 단지로 선정됐다.
그러나 지난 9월 ‘서울형 리모델링 기본계획’ 변경으로 시범 단지에 대한 용적률 상향 인센티브가 축소되면서 해당 아파트 주민들 사이에서 “차라리 주민 주도로 사업을 추진하는 게 낫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서울 시내 리모델링 ‘최대어’로 꼽히는 남산타운이 서울형 리모델링 사업 추진에 대한 주민 반발로 4년 넘게 난항을 겪으면서 운영 동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리모델링업계 관계자는 “리모델링은 재건축과 달리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어서 친환경 조건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강화된 요건을 고려하면 친환경 건축물 항목에서 받을 수 있는 최대 인센티브는 10%도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로와 공원 등 ‘기반 시설 정비’ 인센티브는 종전 20%에서 10%로 오히려 줄었다. ‘지능형 건축물’은 ‘지능형 홈네트워크 설비’(최대 10%) 항목이 삭제됐고 ‘지역 친화 시설’의 공공보행통로·열린 놀이터(10%→8%), 담장 허물기(10%→4%) 등도 용적률 상향 폭이 축소됐다.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 단지 주민들은 서울시의 행정적 지원이 턱없이 미흡하다고 지적한다. A시범 단지 조합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활성화한다는 취지로 도입했지만, 현실은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공공 기여 조건만 강화하니 실망하는 주민이 적지 않다”고 했다.
총 3118가구 규모인 남산타운은 시범 단지 7곳 중 유일하게 조합 설립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당초 ‘서울형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사업을 주도했지만, 이에 반발한 주민들로 구성한 ‘주민 주도 리모델링 추진위’가 출범한 뒤로 장기간 갈등을 빚고 있다. 두 추진위는 최근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의를 시작했지만, 당초 목표대로 내년 상반기 조합을 설립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B시범 단지 관계자는 “건축 심의 등 사업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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