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 문을 평소보다 4시간 늦게 열려고요. 한국과 브라질 경기(6일 오전 4시)도 있지만 새벽에 일본과 크로아티아 경기(6일 오전 0시)까지 있어서 밤 늦게도 배달 수요가 있을 것 같아서요.”
경기 김포의 한 치킨 배달 전문점 사장 이모 씨(60)는 5일 오후 7시에 가게를 오픈했다. 평소보다 늦게 가게 문을 연 것은 내일(6일) 새벽에 열리는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과의 경기를 앞두고 밤 시간대 주문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서다. 저녁에 문을 열어 6일 이른 새벽까지도 장사를 할 요량이다.
이 씨는 배달대행업체들이 영업을 끝내는 오전 2시 이후엔 배달이 어려울 것을 대비해 인근 지역에 사는 아들도 불렀다. 오전 2시 이후에는 아내와 아들까지 가족들이 총출동해 직접 배달에 나설 생각이라고 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르투갈전이 열린 지난 2일과 3일에는 경기가 끝난 심야 시간까지 치킨 프랜차이즈 매출이 크게 늘어 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교촌·BBQ·bhc 등 대표적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들 매출이 지난주 같은 요일과 비교해 두 배 이상씩 뛰었다. 이들 치킨 프랜차이즈 3사가 집계한 주문량과 매출액은 한국 조별 세 경기가 열린 날 중 가장 높았다.
bhc에 따르면 포르투갈과 경기가 있었던 이달 2일 치킨 매출은 전주 대비 180% 늘었다. 가나전이 열린 지난달 28일에도 전주 같은 요일 대비 312%의 매출 신장세가 있었는데 이보다 더 많은 치킨을 판매한 것이다. 전월 동일 대비 297% 매출이 증가했다. 우루과이전 매출은 200% 늘었다. BBQ, 교촌치킨 매출도 포르투갈전 당시 각각 100%, 75% 증가했다.
가맹점주들은 이날 새벽에 열리는 브라질전을 앞두고 평소보다 30% 더 많은 닭과 콜라·맥주 등 원·부자재를 발주했다. 지역 곳곳의 유흥가나 응원전이 열리는 서울 광화문 인근에 위치한 가맹점의 경우 평소의 두 배 이상 많은 원부자재 주문을 한 곳도 많다. 특히 밤 시간대 주문량이 늘어날 것을 대비해 영업시간은 자율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는데, 이날 하루동안 새벽 장사를 검토하는 가맹점들도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게 사장 김모 씨(48)는 “브라질전이 끝날 때까지 영업할 방침”이라며 “새벽에 매장을 찾는 홀 손님도 있을 것 같아 고객 테이블 쪽에서 중계방송이 잘 보이도록 텔레비전 위치도 조정해놨다”고 말했다.
서울 구로구에서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정모 씨(60)는 “다음날 장사도 해야 하는 데다 새벽에 기름진 음식을 먹기는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평소처럼 영업을 마칠 계획”이라며 “치킨 장사를 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새벽에 월드컵이나 올림픽 경기가 있는 날엔 크게 재미를 본 적은 없다”고 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곳곳의 주택가에서는 기존 영업시간을 유지해 장사하겠다는 치킨 매장들이 많다. 영업시간을 늘린 만큼 매출 증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주요 배달대행업체들 또한 오전 2시에 대부분 영업을 마감해 배달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는 현실적 이유도 있다.
실제 주로 오전 4~7시 등 새벽 중계가 많았던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주요 경기마다 치킨업계 매출액 증가폭이 전주 같은 요일 대비 5~10% 수준에 그쳤다. 당시 업계에선 이같은 소폭 증가는 월드컵 특수로 보긴 힘들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오전 3시30분 열렸던 나이지리아전에서는 매출 증대 효과가 거의 없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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