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부(富)를 갉아먹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내년에 완만한거나 강한 경기침체가 일어날 수 있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최고경영자)
"내년 미국의 연착륙 가능성은 35%다. 경기침체 가능성이 더 높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6일(현지시간) 세계 금융의 중심지 뉴욕에선 내년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점치는 월가 대형 은행장들의 비관론이 쏟아졌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후폭풍,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조만간 불황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기침체 우려가 깊어지면서 이날 뉴욕증시 3대 지수는 1~2%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다이먼 CEO는 미국 경제의 버팀목인 민간 소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경기침체의 근거로 들었다. 그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경기 부양책으로 소비자들은 1조5000억달러(약 1975조원)를 추가로 저축할 수 있었다"면서 "하지만 이는 내년 중반쯤 바닥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높은 물가 탓에 미국인들의 저축액이 빠르게 소진되면 소비가 둔화하면서 경기침체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다이먼 CEO는 또 "기준금리가 연 5%로 향하면서 대출자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지만 이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Fed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해 강도 높은 금리 인상을 이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미국의 현재 기준금리는 연 3.75~4%다. 다만 그는 "미국의 금융 시스템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건전하다"면서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사태는 빚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경기침체 시나리오를 구체화했다. 그는 이날 자사 주최의 '2022 미국 금융 서비스 컨퍼런스'에서 "경제성장률이 1%를 유지하고 물가상승률은 4%를 기록하는 연착륙 가능성은 35%에 달한다"면서 "경기침체를 겪을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들이 여전히 경기침체를 피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미국은 내년에 침체에 빠질 수 있다. 앞으로 경제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이들의 발언은 위험자산 회피 심리를 자극하며 뉴욕증시를 끌어내렸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 급락했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각각 1.44%, 1.03% 하락 마감했다. 마이클 하넷 BoA 수석 투자 전략가는 이날 "내년에 실업률이 상승하며 올해 인플레이션만큼이나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이라면서 "그 전에 주식 매도를 권장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나라도 대부분 경기 둔화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 기관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은 2.4%로 30여년 만에 가장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추정치인 3.2%에서 크게 감소한 것이다. 미국에 이어 유럽도 경기침체의 늪에 빠질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완화, 부동산시장 부양책 등에 힘입어 5% 이상의 경제 성장이 예상된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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