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상품수지가 한 달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배당 등 덕에 전체 경상수지는 간신히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는 8억8천만달러(약 1조1천600억원) 흑자로 집계됐다. 하지만 흑자 규모는 작년 같은 달(80억1천만달러)보다 71억3천만달러나 급감했다.
올해 들어 1∼9월 누적 경상수지는 249억9천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작년 같은 기간보다 흑자 폭이 504억3천만달러 줄었다. 경상수지는 2020년 5월 이후 올해 3월까지 23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하다가 4월 수입 급증과 외국인 배당이 겹치면서 적자를 냈다.
한 달 뒤 5월 곧바로 흑자 기조를 회복했지만, 넉 달 만인 8월 다시 30억5천만달러 적자로 돌아섰고 9월(15억8천만달러)에 이어 10월(8억8천만달러) 두 달 연속 흑자를 냈지만 적자를 겨우 피한 수준이다.
세부 항목별 수지를 보면 상품수지가 14억8천만달러 적자였다. 상품수지는 무역수지와는 달리 운임과 보험료를 빼고 물건값으로만 수출입액을 계산하는 본선인도가격(FOB) 방식이다. 상품수지는 한 달 만에 다시 적자 전환했을 뿐 아니라 1년 전(61억달러)과 비교해 75억8천만달러나 감소했다.
우선 수출(525억9천만달러)이 작년 10월보다 6%(33억6천만달러) 줄었다. 앞서 9월 수출이 23개월 만에 처음 전년동월 대비 감소를 기록한 뒤 2개월 연속 뒷걸음쳤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으로 특히 반도체(-16.4%), 화학공업제품(-13.4%)이 부진했고, 지역별로는 중국(-15.7%), 일본(-13.1%)으로의 수출이 위축됐다.
반면 수입(540억7천만달러)은 1년 전보다 8.5%(42억2천만달러) 늘었다. 통관 기준으로 원자재 수입액이 작년 같은 달보다 9.9% 증가했다. 원자재 중 가스, 석탄, 원유 수입액(통관기준) 증가율은 각 79.8%, 40.2%, 24.2%에 이르렀다. 수송장비(23.0%), 반도체(20.4%) 등 자본재 수입도 10.9% 늘었고, 승용차(39.6%), 곡물(19.9%) 등 소비재 수입도 7.9% 증가했다.
서비스수지는 5천만달러 소폭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작년 10월(6억4천만달러)과 비교해 흑자 폭이 5억9천만달러 줄었다. 세부적으로 운송수지는 흑자(13억8천만달러) 기조를 유지했지만, 작년 10월(23억1천만달러)보다 흑자 규모가 9억4천만달러 적었다. 10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같은 기간 61.7%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관련 방역이 완화되면서 여행수지 적자도 1년 사이 4억6천만달러에서 5억4천만달러로 늘었다.
본원소득수지 흑자(22억6천만달러)는 1년 전(12억5천만달러)보다 10억달러 증가했다.
본원소득수지 가운데 배당소득수지 흑자(15억8천만달러)가 1년 새 10억3천만달러 증가한 데 큰 영향을 받았다. 해외 현지법인으로부터 받은 배당 수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10월 중 25억3천만달러 불었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27억5천만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8억1천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15억6천만달러 줄었지만,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35억5천만달러 늘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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