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한전 재무위기 대책회의를 열어 전날 국회에서 부결된 한전법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했다. 회의를 주재한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한전의 재무위기가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며 “한전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법 개정안은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두 배’에서 최대 여섯 배로 올리자는 것이다. 한전은 올해 3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돼 현행 규정이 유지되면 내년엔 사채 발행 한도가 30조원 이하로 줄어든다. 현재 한전의 사채 발행액은 66조5000억원이 넘는다. 법안 재상정 및 통과가 막히면 한전은 내년 4월 이후 신규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
한전의 적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예상한 한전의 내년 영업적자는 평균 1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발전사들의 이익을 제한하는 전력도매가(SMP) 상한제가 12월부터 시행된 것을 반영한 수치다.
한전 적자를 해소하려면 내년에 전기요금을 50%가량 인상해야 하지만 물가 부담 때문에 정부가 전면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채 발행이 막히면 한전은 부족한 운영자금을 은행 대출로 충당하거나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메워야 하는데 이는 자금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은행이 한전에 대출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 한전채 못지않게 시중자금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다시 한번 정치적 리스크가 채권시장에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전의 신용등급(AAA)을 유지했지만 한전의 유동성 대응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훈/장현주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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