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4조 적자 예상되는데…'첩첩산중' 한전

입력 2022-12-09 18:15   수정 2022-12-10 01:38

한국전력의 공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한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서 한전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내년에도 14조원가량의 영업적자가 예상되는데 전력 구매를 위한 핵심 자금 조달 창구인 사채 발행이 막힐 상황인 데다 대안인 전기요금 대폭 인상도 말처럼 쉽지 않아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한전 재무위기 대책회의를 열어 전날 국회에서 부결된 한전법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했다. 회의를 주재한 박일준 산업부 2차관은 “한전의 재무위기가 경제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며 “한전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 차원의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전법 개정안은 사채 발행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 합계의 두 배’에서 최대 여섯 배로 올리자는 것이다. 한전은 올해 30조원 이상의 영업적자가 예상돼 현행 규정이 유지되면 내년엔 사채 발행 한도가 30조원 이하로 줄어든다. 현재 한전의 사채 발행액은 66조5000억원이 넘는다. 법안 재상정 및 통과가 막히면 한전은 내년 4월 이후 신규 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다.

한전의 적자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NH투자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가 예상한 한전의 내년 영업적자는 평균 14조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발전사들의 이익을 제한하는 전력도매가(SMP) 상한제가 12월부터 시행된 것을 반영한 수치다.

한전 적자를 해소하려면 내년에 전기요금을 50%가량 인상해야 하지만 물가 부담 때문에 정부가 전면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채 발행이 막히면 한전은 부족한 운영자금을 은행 대출로 충당하거나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메워야 하는데 이는 자금시장을 교란시킬 수 있다. 은행이 한전에 대출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늘리면 한전채 못지않게 시중자금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다시 한번 정치적 리스크가 채권시장에 노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보고서에서 한전의 신용등급(AAA)을 유지했지만 한전의 유동성 대응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지훈/장현주 기자 liz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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