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해놓고 반대한 野, 절반 불참한 與…한전 벼랑 끝 내몬 국회

입력 2022-12-09 18:26   수정 2022-12-19 19:00


“소위원회에서 심사보고한 대로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안을 우리 위원회 안으로 제안하고자 하는데 이의 없습니까?”

지난달 24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 윤관석 위원장의 물음에 여야 의원들은 “예”라고 답했고, 윤 위원장은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렸다. 이후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한전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토론은 나오지 않았다. ‘쟁점 법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8일 본회의에서 법안의 운명은 뒤집혔다. 환경운동연합 출신인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반대토론을 들은 같은 당 의원 중 51명이 반대표를, 46명이 기권표를 던지면서 법안은 부결됐다.
○전기료부터 올리라는 野
한전법 개정안은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현행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두 배에서 최대 여섯 배까지 늘리는 게 핵심이다. 산업위 여야 의원들은 올해만 30조원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당장 한전의 재무위기를 해결할 대안이 없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산업위 소속 양 의원도 조건부로 찬성했다.

그리고 8일 반대토론에 나섰다. 양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은 한전 적자의 원인을 탈(脫)원전 탓, 재생에너지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전기요금 정상화 대책이 수반되지 않으면 발행 한도를 아무리 늘려줘도 자본잠식과 부도를 피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반대토론 때문이었을까. 한전법 개정안은 정쟁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박홍근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부터 기권했다. 김성환 정책위원회 의장은 표결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반대토론 후) 의원들 사이에서 갑자기 여섯 배로 올리는 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시장논리를 중시하면서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않고 지난 정부와 똑같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고 반대 이유를 밝혔다.

배율까지 조정하는 등 합의를 거쳐 법안을 통과시킨 상임위 여야 의원들은 당황했다. 민주당 소속인 산업위원장과 야당 간사가 미국 출장으로 자리를 비운 것도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 김한정 민주당 간사는 “한전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만, 전력시장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점을 이해해 상임위 차원에서 법안을 통과시킨 것”이라며 “당내 의원들에게 합의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해 내용 숙지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당에서는 적자를 떠넘겨놓고 이를 해결조차 못하게 한다며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9일 “지난 5년간 탈원전을 하면서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건의에도 문재인 정부가 자신들의 인기 관리를 위해 요금을 인상하지 않고 다음 정권에 떠넘겼다”며 “누적 적자가 2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주당이 결자해지해야 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절반이 표결 불참한 與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도 무책임하고 안일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소속 의원 115명 중 57명이 표결에 불참했다. 이들 중 26명이 더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으면 재석 229명에 찬성 115명으로 법안은 통과될 수 있었다. 7일 친윤계를 주축으로 한 공부모임 ‘국민공감’에 의원 71명이 모여 세 과시를 한 것과 대조적이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 의원도 표결에 불참했다. 박성민 윤한홍 이용 장제원 정점식 의원 등 이른바 친윤계 핵심으로 불리는 의원들도 불참자 명단에 포함됐다. 상당수는 지역구 행사와 지방 당원 교육 등의 일정으로 자리를 비운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법 개정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한 야당 의원은 “여소야대 국면에서 똘똘 뭉쳐도 부족할 판에 표결에 대거 불참한 여당도 성의가 없었던 것 아니냐”고 했다.

고재연/양길성/오형주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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