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건설 현장의 해묵은 악습과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사태를 계기로 건설 현장에 만연해 있는 건설노동조합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뽑겠단 의지입니다. 가파른 금리 인상과 불안한 금융시장 등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규모 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는데 공사 현장의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하면 건설 산업 자체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원 장관은 12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화물연대와 동조 파업에 나섰던 건설노조에 작심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공종별 노조와 채용 압박, 각종 상납금·월례비 등으로 매년 인건비 관련 부담이 치솟고 있다는 건설업계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원 장관은 "건설노조의 상당수 행태는 산업 현장에선 있을 수 없는 약탈적이고 폭력적 현상"이라며 "상납금·월례비 등 건설노조가 부당한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고 채용을 강요하는 부분은 현행법으로도 금지돼 있지만 위반 사례는 행정조사와 수사까지 하도록 행정력·공권력이 확실히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건설노조의 각종 불법 행위를 증언한 신고자에 대해선 앞으로 증인보호 수준의 신변보호 조치를 취하고 신고자에게 위협을 가할 경우 고발까지 검토하겠단 입장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의 현장 점거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개선 의지도 내비쳤습니다.
원 장관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한 공사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특정 건설사의 전체 공사 현장이 멈춰 서고 있다"며 "건설사의 규모가 클수록 중대재해처벌법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중대재해처벌법이 법인 단위로 운용되다 보니 건설사의 부담이 지나치게 강조되고, 경우에 따라 협박 등에 악용되고 있다"며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건설 현장의 실상을 반영한 유연성 있는 제도 개선을 고민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원 장관은 해를 넘겨서 라도 안전운임제를 재검토하고 물류산업의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습니다.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현장으로 복귀했다고 안전운임제를 그대로 연장할 수는 없다는 얘기입니다.
원 장관은 "연말까진 시간이 촉박하긴 하지만 연초까지 가는 한이 있더라도 최소한 합당한 운임 구조와 함께 중간 단계가 비대해진 물류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안전운임제 개선안을 만들겠다"며 "단순히 안전운임제가 연장만 되고 국회 논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3년 뒤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멈춰선 물류 현장이 정상화되려면 시간이 걸리고 후유증도 많다"며 "현장 복귀 거부를 선동하고 강요한 데 대해선 법적 책임을 관용 없이 묻겠다"라고 했습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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