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면적 나무 심은 '덕유산 산신령'

입력 2022-12-12 17:31   수정 2022-12-13 00:54

지난해 우리나라 임가(林家)는 10만4000가구로 5년 전인 2017년 8만4000가구보다 2만 가구(23.8%)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득은 연간 3459만원에서 3813만원으로 354만원(10.2%)밖에 늘지 않았다. 이제 산림도 경영하는 시대로 전환해야 할 시기를 맞은 것이다. 한국경제신문이 산림 경영에 성공한 임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라는 건 없습니다. 오직 아름드리 산을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을 뿐입니다.”

개인 산주로는 손에 꼽히는 국내 최대 육림가 유형열 북상임산 대표(83)는 이렇게 말했다. 유 대표는 여의도 면적에 달하는 덕유산 일대 271㏊ 규모의 산을 50년 가까이 혼자 힘으로 가꿨다. 이곳에 잣나무, 낙엽송 등 약 74만 그루를 심었다. 이 같은 공로로 2008년 국가산업발전 산림사업 유공 동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유 대표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1966년 과학교사를 하다가 이듬해 당시 대기업이던 한일합성섬유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그는 일본 출장 시절 교토의 아름다운 산과 숲에 반했다고 했다. 당시 우리나라 산림은 일제 수탈과 6·25전쟁 등으로 벌거벗은 민둥산이 즐비했다. 유 대표는 ‘우리 후손들이 이런 숲속도시에서 살아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일본 전역을 답사하며 조림 정보를 모았다고 했다.

1968년 전 재산을 털어 현재의 경남 거창 덕유산 일대 33만578㎡(10만 평)의 땅을 샀다. 1973년 당시 정부가 무상으로 주던 묘목과 비료를 알뜰히 모아 1974년부터 조림을 시작했다. 주말에 틈틈이 내려와 일하다가 1984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인 조림을 시작했다. 1년에 33만578㎡씩 가꿔나가 현재 80만 평에 이르게 됐다. 유 대표는 지금까지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베지 않았다고 했다. 자식처럼 기른 나무를 차마 벨 수 없어서다. 대신 나무들 사이사이에 산나물과 약초, 버섯 등 12가지 임산물을 재배했다. 계곡에는 고로쇠를 심어 1년 내내 청정한 임산물을 수확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매년 수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대부분 수익을 산에 재투자하고 있다.

유 대표는 한 가지 아쉬운 게 있다고 했다. 최근 기후변화 등으로 산불이 자주 일어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임목재해보험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나무를 키우는 데 최소 30년이 걸리지만 산불이 나면 보상받을 길이 없다.

산불로 인한 임업인의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 재해보험과 같은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림은 3대가 지나야 경제적 가치가 생긴다”며 “어린 손주들이 ‘대를 이어 함께 숲을 가꾸겠다’는 말을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거창=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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