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도피를 주도하는 세력은 개인이다. 지난 9월 한 달 동안 일본 개인들의 외환거래 규모는 1098조엔으로 사상 처음 1000조엔을 넘어섰다. 개인투자자의 하루평균 외환거래 규모(약 60조엔)가 일본 시중은행의 하루평균 외환거래 규모(55조엔)를 넘는다. 한국 외환시장 하루평균 거래액의 8배에 달한다.
1989년 개인투자자가 보유한 전체 주식 가운데 70대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주식은 15%였다. 30년 뒤인 2019년에는 이 수치가 4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일본 성인 인구 가운데 70대 이상 비율은 10%에서 26%로 높아졌다. 인구의 고령화보다 주식시장의 고령화 속도가 훨씬 빠르다. 1989년 일본 개미투자자 가운데 주식을 가장 많이 보유한 연령층은 50대였다. 이 연령층이 1999년은 60대, 2019년에는 70대 이상으로 바뀌었다. 일본에서는 주식보다 부동산이 상속에 유리하다. 그래서 고령의 자산가는 재산을 물려줄 때가 되면 주식을 팔아 부동산을 산다. 고령자의 주식 비중이 커질수록 증시에 하락 압력이 거세진다.
일본 경제가 활황이던 시절 자산을 축적한 윗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돈이 없다. 있어도 미국 주식에 투자한다. 일본 마넥스증권 조사에서 30대는 미국 주식 비중이 58%로 일본 주식보다 높았다. 20대와 40대도 미국 주식 비중이 40%를 넘었다.
일본 증시에서는 주식을 최소 100주 이상 사야 한다. 주가가 8만엔 안팎인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에 투자하려면 적어도 800만엔이 필요하다. 주식을 한 주씩 살 수 있는 미국 증시에서는 20만원만 투자하면 주가가 150달러 안팎인 애플의 주주가 될 수 있다. 투자금이 넉넉지 않은 젊은 세대가 일본 시장을 떠나는 이유다.
부의 유출과 부의 고령화는 일본 경제가 활기와 매력을 잃어버린 결과라는 공통점이 있다. 활력을 되찾지 못하면 한국이 조만간 맞닥뜨릴 현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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