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1000채가 넘는 빌라·오피스텔을 갭 투자(전세 낀 매매)로 사들여 임대업을 하던 이른바 ‘빌라왕’이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세입자들이 큰 혼란을 겪고 있다. 수백 명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구상권을 청구할 집주인마저 사라지면서다. 결국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까지 나서 “서민들이 전세 피해로 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1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수도권 일대의 1139채에 달하는 빌라·오피스텔을 임대하던 40대 김모씨가 사망한 지 두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세입자 200여 명에 대한 대위변제(보증기관에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먼저 돌려준 뒤 임대인에게 회수하는 것)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입자가 보증보험에 가입했을 경우 세입자는 보증금 반환을 거부하는 집주인에게 임대차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HUG는 이를 근거로 대위변제 작업을 한다. 하지만 집주인이 사망하면서 세입자들이 계약 해지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게 됐다.
4촌 이내 친족 중 누군가 상속을 받아야 대위변제가 가능해지는데 친족들이 상속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사망한 김씨가 지난해 62억원의 종합부동산세를 체납해 소유 주택마저 압류된 상태다.
그나마 시간이 걸리더라도 보증보험에 가입한 세입자들은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세입자는 자신이 살던 집이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은 뒤에야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원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상속 절차가 진행되는 수개월 동안 현재 거주하고 있는 곳에서 계속 지낼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가족이 상속받거나 상속을 포기한다면 법원에서 법적인 주체를 지정해야 하는데 이 기간 전세대출 보증이나 융자 상환 부분이 유예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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