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 확대·파업시 대체근로 허용…'勞 성역' 깰 개혁안까지 내놨다

입력 2022-12-12 18:16   수정 2022-12-13 01:38

윤석열 정부의 노동개혁 자문그룹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12일 발표한 권고안엔 근로시간·임금체계 개편 외에 파견제도 개선,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주휴수당 문제 등도 포함됐다. 역대 정부가 성역처럼 손대지 못했던 민감한 노동문제까지 줄줄이 꺼내든 것이다. 개혁이 현실화하면 지난 5년간 노동계로 기울어진 노사관계가 다소나마 균형을 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이들 개혁과제는 모두 법 개정 사안으로 지금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파견 규제, 25년 만에 손보나
연구회는 파견제도와 관련,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고 불합리한 고용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1998년 제정된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이 노동시장 격변으로 실효성이 떨어졌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현행 파견법은 경비, 청소, 주차 관리, 자동차 운전, 통·번역 등 32개 업종에만 파견을 허용하고 주조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을 비롯한 제조업에는 금지하고 있다. 파견이 허용된 업종이라도 2년 이상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원청이 직접 고용해야 한다. 이렇다 보니 제조업 하도급 근로자들이 원청을 상대로 잇달아 소송을 제기하고 있고, 법원은 근로자 손을 들어주면서 사실상 제조업에서는 도급마저 금지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연구회 권고에 따라 정부는 파견 허용 업종을 늘리고 파견 기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회는 주휴수당과 최저임금 문제도 지적했다. 주휴수당은 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가 1주일 동안 소정의 근로일수를 개근하면 받는 하루치 유급휴가 수당이다. 연구회 관계자는 “주휴수당은 근로시간 및 임금 산정을 어렵게 하고, 주 15시간 미만 쪼개기 계약을 유발하는 원인”이라며 “최저임금도 결정 기준·구조 등 제도 전반에 다양한 개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노사관계 법·제도 전반도 개선해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와 대체근로 허용 범위를 손봐야 한다는 제안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연구회는 “노사관계 자치 원칙을 강화하기 위해 노사의 불법 행위에 대한 노동형벌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3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형사처벌(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규정을 두고 있지만, 노조의 부당노동행위에는 이렇다 할 처벌 규정이 없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다른 근로자의 권리 행사를 제한·강요하는 행위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규율하고 있다”고 했다.

연구회는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 범위, 사업장 점거 제한 등 노사관계 법·제도 전반도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현행 노조법상 노조가 파업 등 쟁의행위에 들어가면 사업과 관계없는 근로자를 대체근로로 투입하거나 도급을 주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노조의 사업장 점거 제한과 대체근로 허용은 경영계가 노동계와의 힘의 균형 차원에서 대응 수단으로 요구하고 있는 제도다.

고용노동부는 연구회 권고를 토대로 정부의 노동개혁 과제를 정리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를 통해 “이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은 나라 전체를 과로사 공화국으로 만들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백승현/곽용희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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