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번, 가장 소중한 순간에 휴대폰 앱을 켜고 사진을 찍는다. 이 순간의 시간, 날짜, 장소 등 정보가 사진과 함께 블록 하나에 영원히 저장된다. 서비스 운영사가 망하거나 휴대폰을 분실해도 내가 없애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는다.
대체불가능토큰(NFT) 전문 스타트업 루트라의 선종엽 대표(사진)는 1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사진 한 장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졌지만 단 하나뿐인, 반영구적인 사진의 가치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루트라는 추억 카드 제작 서비스 클램을 통해 아날로그 감성과 신기술을 결합했다. 매일 2000여 명이 찾는 클램은 Z세대에게 아날로그 사진의 가치인 희소성을 되살려주고 있다는 게 선 대표의 설명이다.
NFT를 통해 추억의 자산화라는 새로운 개념도 선보였다. 루트라는 특별한 순간에 대한 욕구를 NFT 기술로 풀어내고, NFT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아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NFT 앱 서비스로는 최초로 혁신상을 받았다. 올해 22세인 선 대표는 국내 최연소 CES 수상자로 주목받았다.
그는 “땅문서라는 개념이 처음 생겼을 때 모두가 말도 안 된다고 했지만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다”며 “디지털상 소유권도 그렇게 될 것으로 생각해 NFT를 대중화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클램은 하루에 한 번 내가 찍은 순간을 NFT 카드로 만들어 준다. 최초 가입 시 암호화폐(클레이튼) 지갑을 생성해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사용 방식이 단순해 스노우, 인스타그램 등 일반 사진 앱과 비슷하다. 다른 점은 자산 가치가 있다는 점이다.
내가 발행한 NFT 카드는 세계 최대 NFT거래소인 오픈시에 자동 업로드돼 이용자끼리 사고팔 수 있다. 함께 셀카를 찍었던 친구가 훗날 유명인이 된다면 그 셀카 NFT 카드의 가치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
일반인에게는 NFT 문턱을 낮추는 동시에 여러 기업, 대학 등과 제휴해 마케팅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기업 및 단체 이용자로부터는 가상자산을 NFT 발행비로 받아 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 팝업스토어에서 찍은 사진을 인증하면 할인 혜택 등을 주는 방식이다.
루트라는 포스코, 포스텍, 교향악단, 공연기획사 등과 브랜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선 대표는 “기업은 브랜드 카드가 풀릴수록 데이터 축적과 타깃 광고 등이 쉬워진다”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용할수록 혜택이 주어지는 새로운 유형의 신용카드 서비스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 대표는 지난해 9월 루트라를 창업했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에는 총선 정보 앱 ‘투표하러 갈래요’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 앱은 사용자의 위치 정보를 기반으로 지역구 후보자의 공약, 후보자 인적 사항, 투표소 찾기 서비스 등을 제공해 하루평균 이용자가 6만 명에 이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를 계기로 창업에 본격 뛰어들 생각을 했다고 한다.
루트라는 선 대표를 비롯해 포스텍 학생 4명이 세웠다. 이들은 모두 개발자로 다양한 프로그래밍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선 대표는 “동아리, 수업 등에서 만나 재밌으면서도 가치 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모였다”며 “서비스 개발비가 들지 않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루트라는 자체 공모전, 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이용자들의 특별하고 의미 있는 경험을 NFT로 수집해나갈 계획이다.
올해의 마지막날을 기념할 카드, 새해를 축하할 카드 등 여러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선 대표는 “추억의 가치를 느끼고 소장 욕구도 채울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발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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