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젠이 스위스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항암제 ‘BAL0891’의 미국 임상 1상 환자 모집을 시작한다. 임상 개발에 속도를 내고 기술이전도 추진한다는 목표다.
신라젠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구개발 현황과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김재경 대표는 “이달 미국에 위치한 세 곳의 임상기관에서 BAL0891 1상의 환자 모집을 진행한다”며 “1상을 신속하게 진행해 신규 기전 항암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를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신라젠은 삼중음성유방암(TNBC) 등 난치성 암종을 표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향후 혈액암(AML) 등 다양한 암종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
BAL0891은 신라젠이 바실리아로부터 도입한 유사분열 체크포인트(관문) 억제제(MCI) 후보물질이다. 신라젠은 BAL0891의 독점 실시권을 갖고 있다.
BAL0891은 전임상에서 삼중음성유방암 자궁내막암 대장암 요로상피암 위암 신장암 등 다양한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저해했다는 설명이다. BAL0891은 경구보다 정맥 투여에서 뛰어난 항암 효능을 보였다고 했다.
단독 제제로서의 효능과 함께 기존 항암제인 ‘파클리탁셀’과 병용에서도 상생(시너지) 효과를 확인했다. 김 대표는 “실험에 사용한 암 모델은 BAL0891 및 파클리탁셀에 약한 정도로 반응하는 모델이지만, 두 약물의 병용에 의해 뚜렷한 항암효과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SJ-607’의 동물실험을 마무리했다. 이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하고, 내년 미국암연구학회(AACR)나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등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향후 기술수출도 추진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SJ-600 시리즈는 기존 항암 바이러스가 정맥 투여 시 혈중 보체의 공격에 취약하다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SJ-600 시리즈는 보체조절 단백질 CD55를 바이러스의 외피막에 발현시켜, 혈액 내에서 안정적으로 항암바이러스가 살아남을 수 있다. 정맥주사를 통해 전신에 투여할 수 있어, 고형암과 전이암까지 약물 전달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SJ-607은 대조 항암바이러스보다 5분의 1 이하의 적은 양으로도 동일한 항암 효과를 나타냈다고 했다.
김 대표는 “동물 전임상에서 이 같은 효과를 입증했다”며 “CD55 단백질이 SJ-607 항암 바이러스의 외피막에 선택적으로 발현됐고, 항암바이러스의 혈청 내 안정성이 500% 이상 개선됐다”고 전했다.
신라젠은 중화항체에 대한 SJ-607의 내성도 확인했다고 했다. 중화항체로 인한 항암바이러스의 효능 감소가 없어, 반복 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주기적 투여가 가능해지면 항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투여 농도를 감소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신라젠은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연구개발 인력을 40% 이상 늘렸다고 강조했다. 노바티스 일라이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에서 임상 경험이 있는 마승현 최고의약책임자(CMO)를 비롯한 의사 3명 등이다.
김 대표는 “연구 인력을 확충하고 임상에 집중해, 빠르게 글로벌 빅파마로 기술이전을 추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연구개발 인프라 확충, 인재 확보 등을 통해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아낌없이 쏟아 기업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김예나 기자 ye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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